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요동치던 일본 외환시장을 진정시킨 주역으로 ‘와타나베 부인’이 다시 주목받고 있다. 와타나베 부인이란 이자율이 거의 0%인 일본에서 엔화를 빌려 이자율이 높은 해외 금융상품 등에 투자하는 개인투자자를 일컫는 말이다.

요미우리신문은 올 3월 한 달 동안 도쿄 외환시장에서 와타나베 부인의 외환거래 규모가 1015조엔(약 1경1456조원)으로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고 15일 보도했다. 종전 최대 규모였던 2015년 1월의 660조엔보다 두 배 가까이 많고, 지난해 도쿄 외환시장 전체 거래 규모(4000조엔)의 25%에 달한다.

막대한 거래 규모와 함께 와타나베 부인들이 주목받는 이유는 엔화 가치가 떨어지면 엔화를 사고, 오르면 파는 ‘역(逆)투자전략’ 때문이다. 크게 벌 수도 있지만 크게 잃을 수도 있어 위험도 높은 전략으로 평가된다. 단기간 환율을 한방향으로 몰고가는 추세 추종전략을 주로 쓰는 헤지펀드와 반대다.

3월 와타나베 부인의 거래 규모가 사상 최대를 기록한 것도 투자전략이 정반대인 헤지펀드와 한판 붙었기 때문이다. 헤지펀드가 엔화를 집중 매수하면서 3월 9일 엔화 환율은 달러당 101엔대까지 떨어졌다(엔화가치 상승). 헤지펀드의 매수세를 끊은 세력이 일제히 엔화를 팔고 나선 와타나베 부인들이었다. 3월 25일 달러당 엔화 가치가 111엔대까지 오르자 이번에는 와타나베 부인들이 엔화를 집중 매수했고, 환율은 100엔 중반대로 안정화했다.

도쿄 외환시장에 참여하고 있는 개인투자자는 80만 명 전후다. 이들에게 처음 와타나베 부인이라는 이름을 붙인 건 1997년 영국 이코노미스트지가 일본 전업주부의 고위험 해외 투자 사례를 소개하면서다. 이후 2007년 외환거래로 4억엔을 번 도쿄 전업주부의 세금 탈루 사건이 회자되면서 ‘와타나베 부인=외환투자’의 이미지가 추가됐다. 실제 개인투자자의 80% 이상은 남성이다. 전업주부는 10%에도 미치지 않는다.

와타나베는 일본에서 여섯 번째로 많이 쓰는 성이다. 일본 경제전문지 주간 다이아몬드는 1998년 재무성 개정 외환법 담당자가 와타나베였기 때문에 외국인에게 일본인을 대표하는 성이 됐다고 분석했다.

도쿄=정영효 특파원 hug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