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유럽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따른 봉쇄조치를 일제히 완화하고 있는 가운데 적절한 사회적 거리(social distance)에 대한 논쟁이 거세지고 있다. 경제활동 재개를 위해 사회적 거리를 1m까지 더 줄여야 한다는 주장과 함께 재확산을 막기 위해 현행 기준을 유지해야 한다는 지적이 맞선다.

영국 공영 BBC는 13일(현지시간) “사회적거리를 현행 2m에서 1m로 당장 축소해야 한다는 정치권과 재계의 요구에 영국 정부가 큰 압박을 받고 있다”고 보도했다. 영국뿐 아니라 다른 유럽 국가들도 사회적 거리를 축소할 지 여부를 놓고 고민을 거듭하고 있다는 것이 BBC의 설명이다.

영국은 전 세계에서 코로나19로 가장 큰 피해를 입은 국가 중 하나다. 영국 통계청(ONS)은 지난 12일 4월 국내총생산(GDP)이 전월 대비 20.4% 감소했다고 발표했다. 월간 GDP 감소폭 기준으로 사상 최대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올해 영국 경제가 코로나19 여파로 전 세계 주요국가 중 가장 낮은 -11.5%의 성장률을 기록할 것으로 내다봤다.

이런 상황에서 2m의 사회적 거리두기가 유지되면 경제가 회복될 수 없다는 것이 재계의 주장이다. 현행 2m에선 사실상 영업이 불가능하다는 것이 이들의 주장이다. 영국에선 오는 15일부터 백화점 등 모든 비필수 영업장의 영업이 재개된다. 2m의 사회적거리를 준수한다는 전제에서다.

집권여당인 보수당도 사회적거리를 1m까지 줄여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보리스 존슨 총리는 “사회적거리를 축소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면서도 “구체적인 시행일정은 아직까지 확정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스페인 정부는 오는 21일부터 사회적거리를 현행 2m에서 1.5m로 완화하기로 했다. 페르난도 시몬 질병통제국장은 “2m의 거리가 가장 이상적”이라면서도 “연구 결과 1m로도 충분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강조했다. 다만 1.5m의 사회적거리를 유지할 수 없는 경우엔 반드시 마스크를 착용하도록 했다.

영국과 스페인뿐 아니라 다른 유럽 국가에서도 사회적 거리를 최소한으로 더 줄여야 한다는 목소리가 제기되고 있다. 세계보건기구(WHO)가 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해 권고한 최소 물리적 거리는 1m다. WHO 권고에 맞춰 1m까지 사회적 거리를 축소해야 한다는 것이 이들의 주장이다.

전 세계에서 사회적 거리를 2m로 정한 나라는 영국과 스페인, 캐나다 등이다. 미국은 6피트(약 1.8m)를 기준으로 정했다. 독일, 네덜란드, 그리스, 포르투갈, 벨기에. 호주 등은 1.5m가 기준이다. 프랑스와 덴마크, 싱가포르 등에선 1m의 사회적 거리두기가 시행되고 있다.

런던=강경민 특파원 kkm1026@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