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중국이 무역, 기술, 대만과 홍콩 문제 등 광범위한 분야에서 전방위적으로 충돌하면서 중국에 거주하는 외국인들의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홍콩의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13일 "중국과 미국이 충돌하면서 중국 내 외국인들이 자신들의 장래에 대해 걱정하고 있다"면서 관련 당사자들을 인터뷰한 기사를 실었다.

SCMP에 따르면 미국인 대학원생 샘 골드스타인은 미 국무부의 풀브라이트 장학생으로 선발돼 지난 1월 중국의 전국시대(戰國時代) 유물을 연구하기 위해 상하이(上海)로 날아갔다.

미중 갈등 전방위 확산에 중국 거주 외국인들 '전전긍긍'
그는 상하이의 명문 푸단대에서 1년간 연구하기로 하고 거주할 숙소를 물색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가 상하이에 도착한 지 2주일 만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가 터졌다.

미국 정부는 자국민에 대해 외국 여행 자제령을 내렸고, 골드스타인은 미국으로 돌아와야만 했다.

그로부터 5개월이 흘렀지만 그는 중국을 다시 찾을 수 있을지 확신하기 어렵다.

미중 갈등이 점점 심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중국과 미국은 무역전쟁에 이어 기술, 코로나19 책임론, 홍콩 국가보안법(홍콩보안법), 중국 내 소수민족 인권 문제, 세계전략 등을 놓고 전방위적 갈등 양상을 빚고 있다.

특히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중국이 홍콩보안법 제정 작업에 착수하자 중국인 유학생과 국영 매체 언론인들에 대한 비자 발급 기준을 강화하고, 홍콩의 특별지위를 박탈하겠다고 경고했다.

중국도 미국 언론인들에 대한 비자발급을 제한하는 등 '맞불'을 놓고 있다.

미국 잡지인 '포린폴리시'의 편집인으로 10년 이상 베이징(北京)에 거주하는 영국인 제임스 팔머 씨는 현재 중국에 거주하는 외국인들에게 좋지 않은 상황이 전개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팔머 씨는 "여러 가지 차원에서 상황이 정말 좋지 않다고 생각한다"면서 중국에서 반(反)외국인 정서가 퍼질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중국인 여성과 결혼한 한 외국인 사업가는 아예 중국을 떠나는 방안을 검토했지만, 다른 나라에서 직장을 구하는 것이 여의치 않다고 털어놓았다.

그는 정치적인 이유로 중국 거주 비자를 연장하지 못할 정도로 상황이 악화하지 않을까 걱정하고 있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