英 노예무역상 콜스턴 동상 훼손…처칠 전 수상 동상에도 낙서
이탈리아선 12세 아프리카 여아와 결혼한 언론인 동상 철거 논란
프랑스에서는 흑인 노예 흉상 훼손도…백인우월주의자 소행 의심
플로이드 후폭풍…유럽 제국·인종주의 관련 인물 동상도 수난

미국 흑인 남성 조지 플로이드 사망 사건으로 촉발된 반(反)인종차별 시위가 유럽대륙으로 번지며 제국주의 또는 인종주의와 관련된 인물의 동상도 수난을 겪고 있다.

영국 남서부 브리스틀에서 지난 7일(이하 현지시간) 일부 인종차별에 항의하는 시위대가 에드워드 콜스턴 동상에 밧줄을 걸고 끌어내려 짓밟은 뒤 강으로 내던졌다.

브리스틀은 과거 영국 노예무역의 중심지였으며, 콜스턴은 17세기 대표적인 노예무역상이었다.

그는 아프리카 흑인 남녀와 아동 등 총 8만여명을 노예로 아메리카 대륙에 팔아넘긴 것으로 알려졌다.

1895년 세워진 콜스턴 동상은 그동안 브리스틀 지역 정가와 시민사회에서 존치 여부를 두고 계속 논란이 돼왔다.

플로이드 후폭풍…유럽 제국·인종주의 관련 인물 동상도 수난

같은 날 런던 의회 광장의 윈스턴 처칠 전 총리 동상에는 '처칠은 인종차별주의자'라는 낙서가 휘갈겨지기도 했다.

처칠 전 총리는 과거 영국이 식민 통치했던 인도인들에 대한 인종차별주의적 발언으로 비판을 받은 바 있다.

영국에서는 플로이드 사망 이후 인종차별 항의 시위가 확산하며 과거 노예제도와 제국주의 만행을 연상시키는 각종 기념물을 제거해야 한다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사디크 칸 런던 시장은 지난 9일 노예제에 연루된 인물의 동상, 거리·빌딩 이름, 기념물 등의 철거를 위한 검토를 지시했고 에든버러와 카디프, 옥스퍼드 등에서도 이와 관련한 청원이 진행되고 있다.

시위대에 의해 훼손되지는 않았으나 철거 논란이 점화된 인물의 동상도 있다.

플로이드 후폭풍…유럽 제국·인종주의 관련 인물 동상도 수난

영국 명문 옥스퍼드대 오리엘 칼리지에 설치된 세실 로즈 동상이 그 가운데 하나다.

19세기 말 빅토리아 시대 인물인 로즈는 사업가로, 또 케이프 식민지(현 남아프리카공화국)의 총독으로 대영제국의 해외 식민정책에 앞장선 인물이다.

지난 9일 수백명이 이 동상 앞에서 철거를 요구하는 시위를 벌였고, 일부 지역의회 의원들도 이에 대한 지지 의사를 나타냈다.

이탈리아에서는 밀라노 출신의 저명한 언론인이자 역사 저술가인 인드로 몬타넬리가 비판의 도마 위에 올랐다.

한국에도 출간된 책 '로마제국사'의 저자인 몬타넬리는 베니토 무솔리니 정권이 일으킨 2차 에티오피아 침공 때인 1936년 에리트레아 출신 12세 여자아이를 사들여 결혼한 전력이 있다.

플로이드 후폭풍…유럽 제국·인종주의 관련 인물 동상도 수난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그가 미성년자를 성노예로 삼았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2001년 사망한 그는 말년에 이러한 일에 대해 사과하거나 숨기기는커녕 인터뷰와 글을 통해 여러 차례 공공연하게 이를 언급해왔다.

한 인터뷰에서는 자신과 결혼한 여아를 "온순한 동물"이라고 표현해 비난을 받기도 했다.

이런 배경에서 최근 반파시스트 단체인 '밀라노 파수꾼'은 최근 페이스북 공개 서한을 통해 밀라노 한복판, 그의 이름을 딴 공원 내 동상 철거를 시당국에 요청해 찬반 논란을 촉발했다.

이밖에 벨기에의 옛 국왕 레오폴드 2세 동상은 시위대에 의해 훼손된 뒤 끝내 철거되는 운명을 맞았다.

레오폴드 2세는 아프리카 콩고에서 가혹한 식민 통치를 했던 인물이다.

지난 2일 겐트에서는 레오폴드 2세 흉상에 붉은 페인트가 칠해졌고 얼굴은 플로이드가 마지막으로 남긴 말인 '숨을 쉴 수 없다'라는 메시지가 쓰인 천으로 덮였다.

벨기에 제2의 도시 앤트워프 인근에 있는 또 다른 그의 동상에는 누군가가 불을 지르기도 했다.

앤드워프 시장실 대변인은 9일 "해당 동상은 지난주 심각하게 파손돼 복원할 필요가 있다.

아마 박물관 소장품의 일부가 될 것"이라며 철거를 공식화했다.

플로이드 후폭풍…유럽 제국·인종주의 관련 인물 동상도 수난

프랑스에서는 반인종차별 시위에 불만을 품은 백인우월주의자 또는 단체의 소행으로 의심되는 동상 훼손 사건도 있었다.

현지 언론에 따르면 11일 남서부 피레네 지방의 소도시인 포의 한 공원에서 19세기 노예제 폐지를 기념해 세워진 흑인 노예의 흉상이 흰색 페인트로 뒤덮였다.

흉상에서 10여m 떨어진 곳에서 발견된 페인트통에는 영어로 "백인의 목숨이 소중하다"(White lives matter)라고 적혀 있었다.

프랑스 경찰은 루이 14세 때 재상으로 식민지 노예를 규율하는 법을 기초한 장밥티스트 콜베르 동상과 식민지의 반프랑스 시위를 가혹하게 진압한 1차 세계대전 당시 프랑스군 사령관 조제프 갈리에니 동상 등이 반인종차별 시위대의 표적이 될 것을 우려해 보호에 들어갔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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