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브라질 인도 등 경제활동을 서둘러 재개한 나라를 중심으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다시 확산하고 있다. 방역을 하자니 경제가 죽고, 경제를 살리자니 바이러스가 창궐하는 ‘코로나 딜레마’에 세계 경제가 맞닥뜨렸다는 분석이다.

12일 통계 사이트 월도미터에 따르면 지난 11일 하루 동안 세계에서 13만6757명의 코로나19 확진자가 나왔다. 지난해 말 중국 우한 화난수산시장에서 처음으로 발병이 보고된 이후 최고 기록이다. 8일 10만 명대로 떨어졌던 하루 확진자가 다시 급증하고 있다. 한국도 ‘생활방역’으로 전환한 뒤 신규 확진자가 다시 늘어 이날 50명을 넘어섰다.

세계 경제 '코로나 딜레마'에 빠지다
2차 팬데믹(대유행) 조짐이 나타나면서 글로벌 증시가 일제히 휘청였다. 미국 뉴욕증시의 다우지수는 11일(현지시간) 6.90% 급락했다. 지난 3월 16일 대폭락(-12.93%) 후 최대 낙폭이다. S&P500지수와 나스닥지수도 5% 이상 떨어졌다. 유럽 증시도 3~4%씩 동반 하락했다. 12일 코스피지수(-2.04%)를 비롯한 아시아 증시도 약세를 보였다. 이제 막 재개하려던 경제활동이 2차 팬데믹에 다시 발목을 잡힐 우려가 있다는 점이 투자심리를 위축시켰다.

글로벌 확진자 758만여 명 가운데 27%인 208만 명이 발생한 미국의 고민도 커져가고 있다. 미국은 지난달 20일 50개 주가 봉쇄를 완화했다. 1만 명대로 떨어졌던 하루 확진자는 다시 늘어 11일 2만3300명을 기록했다. 확진자는 늘었지만 3월 넷째주 686만 건으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던 주간 신규 실업수당 신청 건수는 지난주 154만 건으로 떨어졌다. 경제 재개 효과도 분명히 나타나고 있다는 얘기다.

텍사스주 휴스턴은 확진자가 급증하자 봉쇄령 재개 조치를 검토하고 나섰다. 그러나 주 정부는 “경제를 죽일 수는 없다”며 상업시설 운영을 독려하겠다는 입장이다. 스티븐 므누신 미 재무장관은 이날 “경제를 셧다운(봉쇄)하면 더 많은 피해가 발생할 수 있다”며 봉쇄를 재개할 수 없다고 말했다.
"경제 초토화 더 못버텨"…봉쇄 풀자 '美·印·러·브' 확진자 폭증

인구 세계 2위, 국내총생산(GDP) 5위인 인도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누적 확진자 수에서도 12일 4위로 올라갔다. 인도의 코로나19 확진자가 최근 빠르게 늘어난 것은 지난달부터 시작된 봉쇄령 해제와 관련이 깊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인도 정부는 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해 지난 3월 25일 전국에 이동제한령을 내렸다. 하지만 일용직 노동자 등 빈곤층을 중심으로 “당장 굶어죽을 판에 바이러스가 문제냐”는 목소리가 커지면서 집권 6년 만에 최대 위기를 맞은 나렌드라 모디 총리는 봉쇄를 풀기 시작했다.
세계 경제 '코로나 딜레마'에 빠지다
경제 재개 이후 확진자 급증

통계 사이트 월도미터에 따르면 이날 인도의 코로나 누적 확진자 수는 29만8283명으로 집계됐다. 하루 추가 확진자는 지난 10일 1만2375명으로 역대 최고 기록을 세운 데 이어 11일에도 1만1128명에 달했다.

인도는 이로써 미국(208만9701명), 브라질(80만5649명), 러시아(50만2436명)에 이어 세계 4위 발생국이 됐다. 전날까지 세계 6위였던 인도는 하루 만에 영국과 스페인을 추월했다. 블룸버그통신은 “봉쇄 조치 이후 ‘극빈층을 버렸다’는 분노가 쏟아지자 모디 총리가 이동제한을 완화했지만 코로나19 재확산이라는 결과로 이어졌다”고 보도했다.

브라질과 러시아도 경제 재개에 우선순위를 두면서 코로나가 다시 창궐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브라질은 지난달 말 러시아를 넘어 세계 2위 확진 국가가 됐음에도 이달 들어 27개 주도(州都)가 대부분 봉쇄를 해제하는 등 경제 살리기에 나섰다. 지난 4월 브라질의 산업생산은 전년 동월 대비 -27.2%까지 추락했다. 2002년 이후 18년 만의 최대 하락률이다. 브라질에선 코로나19 영향력을 무시하고 경제 활동을 독려해온 자이르 보우소나루 대통령의 퇴진을 촉구하는 시위가 확산되고 있다.

러시아에서도 20만 명의 감염자가 나온 모스크바시가 방역 제한조치를 대폭 완화하면서 논란이 일고 있다. 모스크바시정부는 지난 9일 주민 자가격리, 차량 통행증 제도 등을 해제했다.

2차 유행 나타나는 미국

미국의 올 1분기 경제성장률은 -4.8%로 추락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최저치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지난달 전문가 설문을 통해 2분기 성장률이 -32%까지 떨어질 것이란 예측을 내놨다. 지난 4월 예측치(-25%)보다 더 나빠졌다. 그만큼 경제 상황이 심각하다는 얘기다.

죽어가는 경제를 살리기 위해 미국은 지난달 20일 코네티컷주를 마지막으로 50개 주가 모두 경제활동 재개에 들어갔다. 흑인 남성 조지 플로이드 사망 사건으로 촉발된 인종차별 항의 시위가 전국으로 퍼지면서 사회적 거리두기도 유명무실해지고 있다.

보건 전문가들은 코로나 2차 팬데믹(대유행)을 경고하고 나섰다. ‘방역 대통령’으로 불리는 앤서니 파우치 미 국립알레르기·전염병연구소(NIAID) 소장은 “전반적으로 상황이 악화하고 있다. 거리두기 제한이 풀리면 더 많은 감염자가 생기는 것은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백악관이 참조하는 미 워싱턴대 보건계량분석연구소(IHME)는 오는 10월 1일이면 미국 내 코로나 사망자가 17만 명에 달할 것이라는 예측을 11일 내놨다. 이날까지 사망자 11만6000여 명에 비춰보면 아직 5만4000여 명이 더 사망할 가능성이 있다는 뜻이다.

이런 비관적 전망에도 미 정부는 ‘경제 셧다운’을 다시 할 수 없다는 입장을 유지했다. 스티븐 므누신 재무장관은 이날 CNBC 인터뷰에서 “경제를 셧다운하면 경제적 피해뿐만 아니라 의료 등 다른 모든 것이 중지된다”고 설명했다. 그는 “근로자 지원에 필요한 더 많은 재원을 확보하기 위해 의회로 갈 수 있다”며 추가 부양책을 시사했다.

강현우 기자 h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