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홍콩 국가보안법(홍콩보안법) 제정 강행으로 홍콩 자본시장에 대한 불안감이 커지고 있지만 홍콩증시엔 투자금이 몰리고 있다. 이로 인해 미국 나스닥에 상장돼 있는 중국 정보기술(IT) 기업의 홍콩증시 2차 기업공개(IPO)가 잇따라 성공을 거두고 있다.

12일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전날 홍콩거래소에서 첫 거래를 시작한 넷이즈의 주가는 공모가(123홍콩달러) 대비 5.69% 상승한 130홍콩달러에 마감했다. 넷이즈의 거래액은 9억1200만홍콩달러를 기록하며 시가총액이 4472억홍콩달러(약 69조5000억원)를 넘어섰다.

넷이즈는 이번 홍콩증시 2차 상장을 통해 210억9000만홍콩달러를 조달했다. 이는 올해 홍콩증시에 상장한 기업 중 가장 큰 규모다. 당초 시장에선 넷이즈의 2차 IPO에 대한 우려의 시선이 적지 않았다. 홍콩보안법 제정을 둘러싼 미·중 갈등으로 글로벌 자금이 홍콩을 탈출하려는 움직임이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개인투자자를 대상으로 한 사전 응모 비율이 360.53배에 달했고 이에 넷이즈는 개인투자자에 대한 배정 물량을 515만 주에서 2085만 주로 늘렸다.

이달 18일 홍콩증시에 2차 상장하는 중국 2위 전자상거래 기업 징둥(JD)닷컴에도 투자자의 러브콜이 쏟아지고 있다. 공모가는 회사 측이 제시한 상단에 육박하는 주당 226홍콩달러로 정해졌다. 징둥닷컴의 전날 나스닥 종가 대비 약 3.9% 낮은 수준이지만 당초 예상보다 높은 가격이란 평가다.

징둥닷컴은 이번 2차 상장에서 1억3300만 주의 신주를 발행해 300억홍콩달러(약 4조6000억원)를 조달할 예정이다. 이는 올해 세계에서 이뤄진 IPO 중 지난 1월 상하이증시에 상장한 베이징상하이고속철(약 5조2000억원)에 이은 2위 규모다.

시장에선 홍콩보안법 제정으로 미 정부가 나스닥에 상장돼 있는 중국 기업의 규제를 강화하면서 홍콩증시로 회귀하려는 중국 IT 기업이 줄을 이을 것으로 보고 있다. 중국 최대 검색 포털 업체 바이두와 최대 온라인 여행사 트립닷컴, 전자상거래 업체 핀둬둬, 전기자동차 업체 니오 등이 조만간 홍콩증시 2차 상장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전문가들은 홍콩보안법 사태를 둘러싸고 미·중 관계가 악화되면 홍콩증시에 상장한 중국 기업의 리스크가 커질 것이라고 지적한다. 홍콩증시에선 중국 본토 투자자뿐 아니라 글로벌 투자자 비중도 크기 때문이다. 미국은 홍콩보안법이 시행되면 홍콩에 대한 특별지위를 박탈하겠다고 경고하고 있다. 그렇게 되면 글로벌 투자 자금이 빠져나갈 가능성이 높고 홍콩증시에 상장한 중국 기업이 직접적인 타격을 받을 것이란 전망이 많다.

베이징=강동균 특파원 kd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