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이후 음식배달 시장이 팽창하고 있다. 손님들이 붐비는 식당에 가기보다 집에서 시켜 먹는 배달 문화가 급속히 확산해서다. 이 시장에서 샛별처럼 떠오른 기업은 유럽 음식배달 업체 ‘저스트이트 테이크어웨이닷컴’이다. 이 회사는 미국 2위 업체인 그럽허브를 인수한다고 10일(현지시간) 전격 발표했다.
'M&A 포식자' 테이크어웨이…우버도 탐내던 그럽허브 인수
우버 제치고 따낸 인수 계약

테이크어웨이닷컴은 미국 그럽허브 주식 전량을 인수하기로 했다고 이날 깜짝 발표했다. 인수가는 그럽허브 주당 75.15달러로, 총 73억달러 규모다. 그럽허브 종가는 이날 기준 59.05달러였다. 인수 절차는 내년 1분기 마무리될 전망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급증하는 배달 수요와 치열한 경쟁 환경에 대처하기 위해 기업별 합종연횡이 진행되는 과정에서 이번 거래가 나왔다고 전했다.

세계 최대 차량호출업체 우버도 이번 인수전에 뛰어들었지만 고배를 마셨다. 우버는 테이크어웨이닷컴이 제안한 가격보다 낮은 주당 70달러를 제안했다. 인수 실패엔 미국 금융당국의 반독점 규제를 통과하지 못할 것이란 우려도 작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우버가 운영하는 음식배달 서비스 우버이츠의 미국 시장 점유율은 19%(3위)다. 그럽허브(32%)와 합병하면 시장의 절반 이상을 장악하게 된다. CNBC는 그럽허브와 테이크어웨이닷컴의 합병은 규제당국의 주목을 덜 받을 것으로 진단했다.

테이크어웨이닷컴은 “그럽허브와 합병하면 중국을 제외하고 세계에서 가장 큰 음식배달 업체가 된다”고 강조했다.

단순 합산한 합병 회사의 연매출은 27억유로 정도다. 보유 고객은 7100만 명, 주문 건수는 연간 5억9300만 건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럽허브 창업자 겸 최고경영자(CEO)인 맷 멀로니는 테이크어웨이닷컴 이사회에 합류하며, 합병 회사의 북미 사업을 맡는다.

성장 비결은 공격적인 M&A

저스트이트 테이크어웨이닷컴은 네덜란드의 테이크어웨이닷컴과 영국의 저스트이트가 합병한 회사다. 테이크어웨이닷컴이 모회사, 저스트이트가 자회사다. 지난 4월 영국 규제당국에서 최종 합병 승인을 받았다.

시장은 테이크어웨이닷컴의 성장 속도에 주목하고 있다. CEO인 이처 흐룬은 대학생 때인 2000년 단돈 50유로를 들고 창업했다.

이후 음식배달 시장의 폭발적인 성장과 공격적인 인수합병(M&A)을 통해 몸집을 불렸다. 지난해 매출은 4억2684만유로였다. 2016년 기업공개(IPO) 당시(1억1164만유로) 대비 약 4배 성장했다. 시가총액은 이날 종가 기준 132억유로에 달한다.

테이크어웨이닷컴은 BG메뉴(불가리아), 올리비에라(루마니아), 푸드아레나(스위스), 10bis(이스라엘) 등을 줄줄이 인수했다. 작년 말에는 9억3000만달러를 투입해 딜리버리히어로의 독일 사업부문을 사들였다. 현재 유럽 10개국과 이스라엘에서 서비스 중이다. 네덜란드, 독일, 벨기에, 이스라엘 등 7개국에선 시장 점유율 1위를 달리고 있다. 일반적인 음식배달 업체가 대도시 중심인 데 비해 테이크어웨이닷컴은 각국 지방 곳곳에까지 서비스를 확대하고 있는 점이 다르다.

‘코로나 시대’를 맞아 음식배달 시장은 더욱 커질 전망이다. 영국 시장조사기관 리서치앤드마켓닷컴에 따르면 올해 세계 음식배달 시장 규모는 1132억달러(매출 기준)로, 작년 (1074억달러)보다 3.6% 성장할 것으로 예측됐다.

박상용 기자 yourpenci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