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리티시페트롤리엄(BP), 멀버리 등 영국 대표 기업들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줄줄이 감원에 나서고 있다.

8일(현지시간) CNN에 따르면 세계 2위 석유업체이자 영국 최대 기업인 BP는 이날 직원 1만 명을 감원한다고 발표했다. BP 전체 직원의 15% 수준이다. 버나드 루니 BP 최고경영자(CEO)는 직원들에게 보낸 서한에서 “매우 어려운 결정이었지만 우리는 너무 많은 비용을 치르고 있다”며 “구조조정은 회사 재무 상태를 개선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명품 브랜드 멀버리도 전체 직원의 25%에 해당하는 350명을 줄이기로 했다.

항공사의 구조조정도 잇따르고 있다. 영국항공은 전체 직원 중 4분의 1에 달하는 1만2000명을 감원 중이다. 저가 항공사 이지젯과 버진애틀랜틱도 각각 4500명과 3000명을 해고한다고 밝혔다. 항공기 제조업체 롤스로이스와 메깃은 9000명, 1800명씩 감원하기로 했다.

자동차업계도 어렵긴 마찬가지다. 벤틀리, 맥라렌, 애스턴마틴은 각각 1000명, 1200명, 500명 줄이기로 했다. 유럽 최대 자산 규모를 자랑하는 영국계 은행 HSBC는 3년간 3만5000명을 감원한다는 계획을 추진하고 있다.

영국 대기업의 잇단 해고 바람으로 실업률이 치솟고 있다. 지난 4월 영국에서 실업수당을 청구한 사람은 209만7000명으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시장에서는 영국 실업률이 3월 3.9%에서 4월 9%까지 높아진 것으로 추정했다. 영국은 현재 기업들이 직원을 해고하지 않고 휴직시키면 월급의 80%를 정부가 부담하는 고용 유지책을 시행하고 있다. CNN은 “휴직한 직원들이 복귀할 무렵 기업들이 다시 힘든 결정에 직면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안정락 기자 jr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