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민주당 조 바이든 후보에게 뒤진다'는 여론조사를 "가짜"라고 비난하고 나섰다. 트럼프 캠프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지난 3월2일 이후 중단됐던 대규모 유세인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MAGA·Make America Great Again) 집회'를 이달중 재개하기로 하는 등 '여론 뒤집기'에 나섰다.

CNN이 지난 2~5일(현지시간) 미국인 1259명을 대상으로 실시해 8일 공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바이든 전 부통령은 대선후보 선호도에서 55%를 기록하며 트럼프 대통령(41%)을 14%포인트차로 따돌렸다. 지난달 '바이든 51%, 트럼프 46%'보다 차이가 더 벌어졌다.

트럼프 대통령의 직무수행 지지율은 38%에 그쳐, 한 달 전보다 7%포인트 하락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코로나19와 백인 경찰의 무릎에 목이 눌려 사망한 조지 플로이드 사태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한 결과다. 이번 CNN 조사뿐 아니라 최근 공개된 여론조사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바이든에게 대부분 큰 차이로 뒤졌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8일 트윗에서 "CNN 여론조사는 그들의 보도만큼 가짜"라며 발끈했다. 그러면서 2016년 대선 당시 민주당 힐러리 클린턴 후보를 상대할 때도 자신이 여론조사에서 뒤졌다고 했다. 자신이 여론조사에서 뒤지고도 본선에서 승리한 사실을 부각한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MAGA 집회'를 통해 반격을 준비하고 있다. 트럼프 캠프는 이날 성명에서 “'졸린 조 바이든(트럼프 대통령이 바이든을 비꼬는 별명)'이 꿈에서나 볼 수 있는 군중과 열정을 보게 될 것"이라며 2주 후 대규모 집회를 예고했다. 시간과 장소는 아직 확정하지 않았다.

대규모 유세는 열성 지지층이 많은 트럼프 대통령의 강점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동안 'MAGA 집회'를 통해 세 과시를 해왔다. 하지만 코로나19 때문에 지난 3월2일 노스캐롤라이나 유세 이후 이런 집회를 열지 못했다. 그러다 최근 코로나19 확산이 주춤해지자 다시 'MAGA 집회'를 재개하기로 한 것이다. 하지만 코로나19가 아직 완전히 가라앉지 않았는데 대규모 집회를 여는건 무리수라는 비판도 나온다.

조 바이든 전 부통령 / 사진=AP
조 바이든 전 부통령 / 사진=AP
트럼프 대통령과 달리 바이든은 대규모 군중 집회보다 ‘치유의 리더십’을 내세워 민심을 공략하고 있다. 바이든은 이날 플로이드의 마지막 추도식이 열린 텍사스주 휴스턴을 방문해 1시간 넘게 유족들을 위로했다. CNN은 "바이든이 미국의 최고 치유자(healer-in-chief)를 추구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민주당은 이날 '목조르기 금지', 경찰 면책특권 제한 등을 담은 '경찰개혁 법안'을 발표했다. '제2의 조지 플로이드'가 생기지 않도록 하기 위한 조치다.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은 기자회견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정의의 길을 가로막아선 안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워싱턴=주용석 특파원 hohob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