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지 플로이드 사건’이 오는 11월 3일 미국 대선을 대혼돈으로 몰아넣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텃밭인 공화당 표심마저 흔들고 있을 정도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과 ‘흑인 사망’ 시위에 대한 미숙한 대처 탓이다. 안 그래도 각종 여론조사에서 조 바이든 민주당 후보에게 뒤지는 가운데 ‘집토끼’나 다름없는 공화당 지지층마저 이탈하면서 트럼프 대통령의 재선 가도에 빨간불이 켜졌다.

가장 큰 위험 신호는 공화당 유권자들의 이탈 조짐이다. 로이터통신은 지난 1, 2일 유권자 1113명을 대상으로 한 여론조사에서 공화당 등록 유권자 중 ‘나라가 올바른 방향으로 가고 있다’는 응답이 48%에 그쳤다고 7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코로나19와 백인 경찰의 무릎에 목이 눌려 사망한 흑인 남성 조지 플로이드 사건 전인 3월 9, 10일 실시된 같은 여론조사에선 이 비율이 66%에 달했다. 3개월 만에 공화당 유권자들이 ‘이건 아니다’는 쪽으로 돌아선 것이다.

공화당 유권자 중 ‘나라가 잘못된 방향으로 가고 있다’는 응답은 지난 3월 25%에서 6월 36%로 늘었다.

로이터는 ‘나라가 올바른 방향으로 가고 있느냐’는 질문에 대한 공화당 유권자들의 이 같은 부정적 태도가 2017년 8월 이후 최저라고 전했다. 당시 트럼프 대통령은 버지니아주 샬러츠빌 유혈 사태에 대해 잘못을 저지른 백인 우월주의자들의 책임을 묻지 않고 모호한 태도를 보여 극심한 후폭풍에 시달렸다.

공화당 ‘빅샷’들의 이탈도 이어지고 있다. ‘아들 부시’(조지 W 부시) 행정부에서 흑인 최초로 국무장관을 지낸 콜린 파월은 이날 CNN 인터뷰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거짓말을 일삼고, 헌법에서 벗어났다”며 올 11월 대선에서 바이든 후보를 찍겠다고 공언했다. 파월은 2016년 대선 때도 당시 공화당 대선후보였던 트럼프 대신 힐러리 클린턴 민주당 후보를 지지했다.

뉴욕타임스(NYT)는 2012년 공화당 대선후보였던 밋 롬니 유타주 상원의원, 전쟁 영웅인 고(故) 존 매케인 상원의원의 부인 신디 매케인 등 다른 공화당 인사들도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지지를 철회했거나 유보했다고 보도했다. 바이든 후보는 공화당 이탈층 흡수 전략까지 짜고 있다. NYT는 그가 민주당 내 지지를 완전히 굳힌 뒤 선거운동 막판에 ‘바이든을 지지하는 공화당원’ 연합을 발족할 계획이라고 소식통을 인용해 전했다.

2016년 대선 때 트럼프 대통령이 휩쓸었던 6개 스윙 스테이트(경합주)도 위태롭다. 블룸버그통신은 이날 공개된 조사업체 EPIC-MRA의 미시간주 여론조사(5월 30일~6월 3일)에서 바이든 후보가 53%의 지지율을 얻어 트럼프 대통령(41%)을 12%포인트 차로 따돌리며 1월 조사 때보다 격차를 두 배가량 벌렸다고 전했다.

여론조사 분석업체인 ‘리얼 클리어 폴리틱스’가 6개 경합주의 평균 지지율을 집계한 결과에서도 바이든 후보는 미시간에서 트럼프 대통령을 4.2%포인트 차로 눌렀고, 플로리다·펜실베이니아·위스콘신·애리조나주에서 트럼프 대통령을 평균 3.3~3.4% 포인트 앞섰다. 노스캐롤라이나주에서만 0.3%포인트 뒤졌을 뿐이다. 민주당과 공화당 지지세가 팽팽한 이들 경합주에서 바이든 후보가 우세를 보이는 건 중도층이나 공화당 지지층 일부가 트럼프 대통령에게서 이탈한 결과로 해석된다.

워싱턴=주용석 특파원 hohob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