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을 개발 중인 영국의 다국적 제약사 아스트라제네카가 코로나19 치료제 '렘데시비르' 개발사인 미국 길리어드에 합병을 제안했다. 실현되면 제약업계 최대 규모 합병 계약이 될 전망이다.

7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아스트라제네카는 지난달 길리어드에 비공식적으로 합병 의사를 타진했다. 초기 단계로 구체적인 인수 조건은 붙이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영국 텔레그래프는 “양사가 합병할 경우 규모가 약 2160억파운드(약 330조5600억원)에 이를 것”이라며 “성사되면 업계 최대 ‘메가 딜’”이라고 보도했다.

아스트라제네카는 작년 매출 기준 세계 15위 제약회사다. 아스트라제네카의 시가총액은 1400억달러(약 169조원)다. 길리어드는 세계 17위로 시가총액이 960억달러(약 115조 6500억원)다. 2009년 신종플루 유행 당시 치료제 ‘타미플루’를 개발했다.

두 회사는 서로 코로나19 백신이나 치료제를 개발하고 있다. 아스트라제네카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최근 코로나19 백신 생산이 가장 유력하다고 지목한 5개 제약사 중 하나다. 영국 옥스퍼드대와 공동으로 개발 중인 백신이 임상시험에서 긍정적인 결과를 낼 경우 오는 9월부터 미국에 3억개, 영국에 1억개를 공급하는게 목표다.

길리어드는 당초 에볼라 치료용으로 개발한 치료제 렘데시비르가 코로나19에 일부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렘데시비르는 코로나19 중증환자에게 사용할 수 있도록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긴급사용 승인을 받았다. 이 덕분에 길리어드 주가는 올들어 41% 급등했다.

블룸버그통신은 소식통을 인용해 “길리어드 내부에선 현재 대규모 인수합병보다는 제휴 정도에 관심이 있는 분위기”라고 보도했다.

만약 양사간 합병이 성사된다면 제약업계 역대 최대 규모가 될 전망이다. 작년 브리스톨마이어스스퀴브(BMS)가 셀진을 740억달러(약 89조 1500억원)에 인수한 게 기존 최대 합병 건이다.

영국 제약컨설팅업체 노바섹타의 존 룬트리 이사는 “아스트라제네카가 코로나19 대유행을 보고 항바이러스제 분야 유망성을 높이 본 것 같다”며 “이때문에 길리어드와 합쳐 미래 먹거리를 확보하려 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양사가 합병을 할 경우 코로나19 백신과 치료제를 각각 개발할 수 있어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블룸버그통신은 “양사가 코로나19 관련 의약품을 개발 중이지만 영역이 크게 겹치진 않는다”며 “이 기회에 서로 합쳐 덩치를 키울 수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선한결 기자 alway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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