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사진)이 유럽연합(EU)과 중국이 미국산 랍스터 관세를 인하하지 않으면 보복관세를 부과하겠다고 위협했다. 특히 유럽산 자동차를 보복관세 대상으로 꼽았다. 하지만 연간 1억달러 안팎에 불과한 유럽으로의 랍스터 수출을 늘리기 위해 미국으로의 수입액이 연간 420억달러가 넘는 유럽 차에 관세를 부과하겠다는 건 대선을 의식한 ‘엄포’일 가능성이 큰 것으로 분석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5일 메인주 뱅고어 지역을 방문해 수산업자들과 함께한 행사에서 “EU가 관세를 당장 떨어뜨리지 않으면 그들의 자동차에 관세를 부과하려 한다”며 “이는 상응하는 조치”라고 말했다. 이어 중국에 대해서도 “그들에게 소중한 무언가”에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피터 나바로 백악관 무역·제조업정책국장이 랍스터 관련 논의를 책임질 것이라고 했다.

EU는 세계 최대 수산물 수입 시장이다. 미국산 랍스터에 8% 관세를 부과하고 있다. 반면 미국산 랍스터의 최대 경쟁 상대인 캐나다 랍스터는 무관세로 EU에 수입된다. 2017년 9월 발효된 EU·캐나다 자유무역협정에 따른 결과다. 미국은 EU와 아직 무역협정을 체결하지 못해 당분간 불리한 경쟁을 감수해야 한다.

중국은 미국산 랍스터에 40% 관세를 부과하고 있다. 일반 관세에 더해 미·중 무역전쟁 과정에서 중국이 일부 미국 제품에 고율관세를 추가한 탓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EU와 중국을 콕 집어 보복관세를 거론한 배경이다.

하지만 랍스터 수출을 늘리기 위해 유럽 차에 관세를 부과하는 건 트럼프 대통령이 말한 ‘상응 조치’와는 거리가 멀다. 미 국립해양대기청에 따르면 EU에 수출되는 미국산 랍스터는 2018년 8130만달러에 그쳤다. EU·캐나다 무역협정 전인 2016년에도 1억5220만달러에 불과했다. 중국에 수출되는 미국산 랍스터는 2018년 기준 1억4850만달러였다.

반면 미국에 수입되는 유럽 차는 지난해 423억달러에 달했다. 미국이 유럽 차에 보복관세를 부과하면 미국 내 유럽 차 딜러들과 소비자도 타격을 입는다. 이 때문에 유럽 차에 대한 보복관세를 거론한 건 올 11월 대선을 겨냥해 수산업자들의 표심을 노린 것이란 해석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메인주로 떠나기 전 백악관 기자회견에서 올 1월 체결된 미·중 1단계 무역합의에 대해 “3개월 전 봤던 것에 비해 약간 다르게 본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중국과 잘 지내는 것은 좋은 일이지만 그렇게 될지는 알지 못한다”고 했다. 1단계 미·중 무역합의를 파기할 가능성을 열어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확산과 중국의 홍콩 국가보안법(홍콩보안법) 강행을 계기로 수시로 ‘중국 때리기’를 하고 있다.

워싱턴=주용석 특파원 hohob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