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유수출국기구(OPEC) 13개국과 러시아 등 10개 주요 산유국 연합체인 OPEC+가 역대 최대 규모 감산 조치를 다음달까지 한달 더 연장한다. 회원국간 감산 합의 이행을 사실상 강제하는 규정도 내놨다.

OPEC에 따르면 OPEC+는 6일(현지시간) 온라인 화상회의를 열고 7월 한달간 일평균 960만 배럴을 감산하기로 합의했다. 세계 원유 공급량의 약 10% 수준이다. OPEC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인해 올해 전세계 석유 수요가 하루 약 900만 배럴 감소할 것으로 보고 있다.

당초 OPEC+는 지난달과 이달엔 산유량을 하루 970만배럴 줄이고, 다음달부터 6개월간은 770만 배럴을 감산하기로 했다. 그러나 이날 원유 수급 균형을 맞추기 위해 다음달에도 기존 규모와 비슷하게 감산하자고 합의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급감한 국제 원유 수요를 고려한 결과다.

이번 합의에선 기존 10만 배럴을 감산한 멕시코가 빠졌다. OPEC+이 일평균 970만 배럴이 아니라 960만 배럴을 감산하는 이유다. 안드레스 마누엘 로페스 오브라도르 멕시코 대통령은 지난 5일 기자회견에서 “멕시코는 기존 일정보다 더 오래 감산할 수 없다”며 “OPEC+ 각 회원국에도 이같은 방침을 알렸다”고 밝혔다. 로시오 날레 멕시코 에너지부 장관도 새 감산안에 멕시코가 참여하지 않는다고 6일 밝혔다.

다른 OPEC+국도 멕시코에 감산 예외를 허용하기로 했다. 멕시코는 코로나19로 사상 최악 수준 실업이 발생하는 등 경제난을 겪고 있다. 멕시코 당국에 따르면 지난 4월에만 55만5247명이 일자리를 잃었다. 작년 한해 생긴 일자리(34만2077개) 수를 크게 웃돈다. 여기다 이달 초 멕시코만 일대에서 대형 열대성 폭풍우 ‘크리스토발’이 발생해 상당한 경제적 손실을 입었다. 멕시코는 지난 4월 합의 당시에도 당초 감산 배정량인 40만 배럴을 지킬 수 없다고 거부하고 10만 배럴만 감산하기로 약속했다.

OPEC+는 회원국이 감산을 100% 지키지 않은 경우 오는 9월까지 미이행분을 추가 감산해 ‘결손 보상’을 하라는 규정도 내놨다. OPEC 역사 수십년간 전례가 없는 조치다.

시장정보업체 케이플러 추산에 따르면 지난달 OPEC+ 감산 합의 준수율은 89%에 그쳤다. 감산 합의분 970만 배럴 중 약 110만 배럴 가량이 그대로 시장에 나왔다. 이라크, 나이지리아, 카자흐스탄 등이 감산량을 지키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라크는 배정된 감산량 106만 배럴 중 54만 배럴만 줄여 생산했다. 나이지리아는 약 12만 배럴 규모 감산을 지키지 않았다. 로이터통신은 “OPEC 13개 회원국만 보면 지난달 10개국이 할당량의 74%만 이행했다”고 지적했다.

이날 나이지리아와 이라크 당국은 각각 “OPEC+ 합의를 지키겠다는 약속을 재확인한다”는 성명을 발표했다. 나이지리아 석유부는 “지키지 못한 감산 할당량은 7~9월 중 채울 것”이라고 공언했다.

블룸버그통신은 OPEC 소식통을 인용해 이라크도 추가 감산에 동의했다고 보도했다. 블룸버그 계산에 따르면 이라크는 감산 미이행분을 채우려면 다음달 하루 원유 생산량을 24% 더 줄여야 한다. 블룸버그통신은 “이라크는 수십년간의 전쟁 이후 여전히 경제를 재건 중”이라며 “경제 석유 의존도가 높아 상당히 고통스러운 기간을 겪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OPEC+는 연말까지 매달 공동각료감시위원회(JMMC)를 열어 합의 준수 상황과 원유 시장 동향을 확인하기로 했다. 이를 통해 원유 추가 감산 여부를 결정한다는 계획이다. OPEC 의장인 무함마드 아르캅 알제리 에너지장관은 이날 “원유 시장에서 지금껏 진전이 있었지만 아직 안심할 때는 아니다”라며 “올해 중반까지 세계 석유재고가 15억 배럴에 달할 것”이라고 말했다.

7일 브렌트유 근월물은 배럴당 42달러를 넘었다. 사우디아라비아와 러시아 등이 '유가 전쟁'을 시작한 지난 3월 초 이래 가장 높은 가격이다. 오후 3시50분 기준 런던 ICE 선물거래소에서 8월물 브렌트유는 배럴당 42.36달러에 거래되고 있다.

미국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미국 서부텍사스산원유(WTI) 7월 인도분은 전일 종가(37.41달러)보다 약 4% 오른 38.97달러에 거래되고 있다. 에너지 컨설팅 전문 기업 우드맥킨지의 앤 루이즈 하틀 석유부문 연구원은 “원유 공급이 극적으로 바뀌었다”며 “석유 시장이 회복세로 가고 있다”고 분석했다.

선한결 기자 alway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