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왼쪽)과 스콧 모리슨 호주 총리. / 사진=로이터 및 EPA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왼쪽)과 스콧 모리슨 호주 총리. / 사진=로이터 및 EPA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책임 공방에서 미국 편을 든 호주를 중국이 연일 강하게 압박하고 나섰다.

호주산 보리에 고율 관세를 부과한 데 이어 이번에는 자국민들에게 호주 여행을 자제하라고 권고했다. 미국의 우방국 중 상대적으로 대중국 경제 의존도가 높은 호주를 몰아붙여 다른 국가들에게도 본보기를 보여주기 위한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중국 문화여유부는 지난 5일 공고를 통해 “호주에서 코로나19 확산을 이유로 중국인과 아시아인에 대한 인종차별과 폭력 위협이 증가하고 있다”면서 호주 여행 자제를 권고했다고 중국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 해외판 ‘해외망’이 6일 보도했다. 호주는 “근거 없는 중국의 주장”이라고 반박했다.

중국이 호주를 콕 집어 공격하는 것은 처음이 아니다. 중국은 지난달 18일 호주산 보리에 대해 최대 80%까지 관세를 매기기로 했다. 호주산 보리의 중국 수출 금지나 다름없는 조치였다. 앞서 같은 달 12일에는 호주산 쇠고기 수입도 부분 중단했다. 중국은 호주 쇠고기 수출의 24%를 차지하고 있다.

2017년 한국에게 가했던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보복’이 이번에는 호주를 겨냥한 모양새다. 최근 중국은 미국과의 갈등이 고조되고 있지만 정작 미국보다는 엉뚱한 호주를 더 압박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양국 관계는 올해 4월 스콧 모리슨 호주 총리가 “코로나19의 기원을 밝히는 조사가 필요하다”는 취지로 언급하면서 급랭했다. 미국 편에 서서 중국의 코로나 책임론을 거론했기 때문이다. 청징예 호주 주재 중국대사는 “중국 학생과 관광객의 호주 방문이 끊길 수 있다”며 크게 반발했다.

실제로 호주의 중국 유학생 대부분이 현지 대학에 등록금을 내지 않으면서 호주 당국은 이번 학기 80억 호주달러(약 6조5000억원)의 등록금 손실을 낼 것으로 추산했다. 이어 중국 당국은 자국 관광객들의 호주 여행까지 사실상 금지시켰다.

이로 인해 호주가 입는 타격은 상당할 전망. 호주의 대중국 수출 비중은 2018년 기준 34.7%로 크게 늘어났다. 2015년 양국이 자유무역협정(FTA)을 체결하는 등 친선 관계를 구축하면서 호주 외국 유학생의 38%, 전체 관광객의 15%가 중국인일 정도로 중국 의존도가 높아졌다.

앞선 2018년 호주가 자국의 5G(5세대 통신) 광대역통신망 사업에 중국 통신장비업체 화웨이 참여를 금지하면서 악화하기 시작한 양국 관계가 코로나 국면을 거치면서 돌이킬 수 없을 정도로 벌어진 것이다.

호주도 가만히 있지 않았다. 최근 영국이 화웨이 기술 사용을 전면 재검토하겠다는 방침을 밝히자 이를 환영하는 입장을 냈다. 그러자 중국 관영 환구시보는 지난달 27일 “호주는 화웨이를 대하는 태도에서 중국을 화나게 했다. 후폭풍이 따를 것”이라고 경고했다.

환구시보 후시진 편집장은 올 4월 중국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 웨이보를 통해 “호주는 늘 말썽을 일으킨다”면서 “마치 중국 신발 밑에 달라붙어 있는 씹던 껌처럼 느껴진다. 가끔 돌을 찾아 문질러야 한다”며 원색적으로 비난하기도 했다.

전통적 안보 동맹 미국과 경제적 의존도가 높아진 중국 사이에서 ‘줄’을 서야 했던 호주가 미국 쪽으로 기울자 중국의 보복이 본격화한 것이다. 최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주요7개국(G7) 정상회담에 호주와 함께 한국, 인도,러시아를 초청한 점도 중국을 불편하게 만드는 대목이다.

CNN은 리처드 맥그리거 로위연구소 연구원을 인용해 “호주를 가혹하게 몰아붙이는 모습을 본 다른 국가들은 중국과의 관계를 재검토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한경닷컴 뉴스룸 op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