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 SCMP 보도…"美농산물 구매권한, 상무부서 농업부로 이관"
무역합의 대미 지렛대 가능성…"무역합의 원하면 우리 압박 말라"
"중, 미 무역합의 '조용히' 이행…이젠 정치 아닌 실무 문제"

홍콩 국가보안법 문제를 계기로 미국과 중국 간 갈등이 신냉전 수준으로 비화하고 있다는 평가까지 나왔지만, 중국이 1단계 무역 합의를 계속 이행하는 쪽으로 방향을 잡은 걸로 보인다는 관측이 제기됐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6일 "중국은 미중 양국 관계 악화에도 1단계 무역 합의 이행을 위해 조용히 나아가기로 한 것으로 보인다"고 보도했다.

SCMP는 소식통과 정부 문서 등을 인용해 최근 1단계 무역 합의의 핵심 사안인 농산물 수입에 관한 업무를 주관하는 부처가 미중 무역협상의 전면에 나섰던 상무부가 아닌 농업농촌부로 바뀐 것으로 확인됐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이런 변화는 중국이 미국 농산물 구매 확대가 더는 '정치적 과제'가 아니라 '행정적인 과제'로 바뀌었음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해석했다.

최근 일부 외신에서 중국 정부가 홍콩 문제를 둘러싼 갈등 상황과 관련해 미국산 농산물 구매를 중단했다는 보도가 나오기도 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기원에서부터 홍콩 국가보안법 등 여러 분야에서 미중 갈등이 격화하는 가운데 중국이 1단계 무역 합의 이행을 미국에 우호 메시지를 보이는 중요한 길로 인식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중국 상무부 자료를 보면, 중국은 올해 1분기 781만t의 미국 대두를 수입했는데, 이는 무역 전쟁의 영향을 크게 받은 작년 전체의 3배에 달하는 양이다.

아직 이는 미중 무역전쟁이 시작되기 전 해인 2017년 1분기 수입량의 절반가량에 불과하기는 하다.

하지만 지난 1분기 중국에서 코로나19 확산이 가장 심각해 무역분야를 포함한 중국 경제가 마비 상태가 됐다는 점에서 당시에는 중국 정부 의지를 떠나 미국 상품 구매 확대가 실무적으로 어려웠던 측면이 있던 것도 사실이다.

미국 정부에서도 중국의 1단계 무역 합의 이행 의지가 있는지 일단은 지켜보겠다는 기류가 강하다.

로버트 라이트하이저 미국 무역대표부(USTR) 대표는 지난 4일(현지시간) 1단계 무역 합의와 관련해 "지난 수주간 중국이 미국 상품을 상당히 많이 구매했다"며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중국 상무부 산하 싱크탱크 국제무역경제협력연구원 원장을 지낸 훠젠궈(확<돌석변 없는 礭>建國)는 중국이 의욕적으로 1단계 무역 합의를 이행 중이라고 평가하면서 "중국이 1분기에 (구매 목표를) 달성하지 못했어도 2분기에 달성하면 좋은 일이 될 것"이라고 전했다.

일각에서는 미국의 전방위 압박이 거세지는 가운데 중국이 1단계 무역 합의를 대미 협상의 지렛대로 삼으려 한다는 분석도 나온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중국의 미국 상품 구매 확대라는 '전리품'을 앞세워 1단계 무역 합의를 자신의 재임 기간 최대 치적 중 하나로 여겨왔다.

중국과 최악의 관계를 선택한다면 오는 11월 대선을 앞둔 민감한 시점에서 이런 성과를 도로 없던 일로 해야 한다는 부담이 있을 수 있다는 얘기다.

중국 측의 대미 메시지도 노골적이다.

훠젠궈는 "전체 중미 관계는 매우 복잡하기 때문에 만일 미국이 1단계 무역 합의 이행을 원한다면 당신들은 중국을 여러 분야에서 계속 압박해서는 안 된다"고 경고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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