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대선이 약 5개월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민주당 대선주자인 조 바이든 전 부통령이 여론조사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의 격차를 큰 폭으로 벌리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과 ‘흑인 사망’ 사태에 트럼프 대통령이 제대로 대처하지 못했다는 여론이 지배적인 것으로 분석됐다.

미국 몬머스대가 5월 28일~6월 1일 성인 807명을 대상으로 대선후보 선호도를 조사한 결과 바이든이 52%로 트럼프(41%)를 11%포인트 앞섰다. 바이든이 사실상 민주당 후보가 된 지난 4월 같은 대학 조사 때만 해도 바이든과 트럼프는 각각 48%와 44%로 접전을 벌였다. 이번 조사는 코로나19로 미국 내 사망자가 10만 명을 넘어서고, 지난달 25일 미네소타주에서 흑인 남성 조지 플로이드가 백인 경찰의 강압적 체포 과정에서 사망한 이후 이뤄졌다.

로이터통신이 지난 1, 2일 유권자 1113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선 바이든이 47%, 트럼프가 37%로 지지율 격차가 10%포인트를 기록했다. 직전 로이터 여론조사(5월 20~27일)에선 바이든 41%, 트럼프 37%였다. 1주일여 만에 4%포인트에서 10%포인트로 벌어진 것이다.

로이터의 이번 여론조사 기간에 포함된 1일은 트럼프 대통령이 시위대를 겨냥해 ‘연방군 투입’을 경고한 날이다. 백악관 주변에서 구호를 외치던 시위대를 최루탄으로 강제 해산한 뒤 인근 교회로 걸어가 성경을 들고 ‘사진찍기 이벤트’를 한 날이기도 하다. 이후 여론이 급격히 나빠진 것이다.

ABC방송과 워싱턴포스트가 5월 25~28일 835명에게 지지 후보를 물었을 때도 바이든이 53%로, 트럼프(43%)를 크게 앞섰다. 정치 전문인 리얼클리어 폴리틱스가 5월 17일~6월 3일 이뤄진 9개 여론조사를 평균 낸 결과에선 바이든이 49.3%로, 트럼프(42.1%)를 7.2%포인트 차로 앞질렀다.

바이든 대선 캠프에는 후원금도 몰리고 있다. 블룸버그통신은 4일 실리콘밸리에서 열린 화상 모금 행사에서 바이든 캠프가 25명의 후원자로부터 단숨에 400만달러를 모았다고 전했다. 바이든 캠프가 하루에 모금한 후원금 중 최대 규모다.

그렇다고 바이든이 안심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니다. 에머슨대가 지난 2일부터 이틀간 유권자 1431명에게 지지 후보를 선택하도록 했을 때 바이든(53%)이 트럼프(47%)를 앞섰지만, 당선 가능성을 묻는 질문에선 ‘트럼프가 될 것’이라고 답한 유권자가 53%로 더 많았다. ‘바이든이 선출될 것’이란 응답은 46%였다.

블룸버그통신은 추정치보다 대폭 낮게 나온 지난달 실업률이 트럼프 대통령에게 힘을 실어줄 수도 있다고 분석했다. 5일 실업률 발표가 나온 직후 트럼프 대통령은 "대단한 일자리 보고서" "이 숫자들은 믿을 수 없다" 등의 트윗을 올리거나 리트윗하며 들뜬 모습을 보였다.

외국의 대선 개입 시도가 미국 대선에 영향을 줄 가능성도 거론된다. 셰인 헌틀리 구글 위험분석그룹 책임자는 이날 중국 정부의 지원을 받는 해커가 바이든 캠프 직원의 이메일을 타깃으로 삼았고, 이란의 해커는 트럼프 캠프 운동원의 이메일을 겨냥해 피싱(금융정보 사기)을 시도했다고 밝혔다. 로이터는 구글이 해킹 시도를 밝힌 것 자체가 미국인들이 선거운동을 겨냥한 디지털 첩보전에 얼마나 민감해졌는지 보여주는 신호라고 평가했다.

워싱턴=주용석 특파원 hohob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