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동치는 민심, '리더십 위기' 대혼돈의 미국…트럼프 재선가도 제동
중도·흑인 표심향배 주목…트럼프 '분열의 정치' 맞선 바이든 대안세력 입증도 관건
[미 시위 10일째] 코로나19 이어 '흑인사망' 사태 뇌관으로…대선 시계제로
흑인 남성 조지 플로이드가 경찰의 강압적 체포로 희생된 사건으로 촉발, 미국 전역을 뒤덮은 시위 사태가 다섯달 앞으로 다가온 미 대선을 뒤흔들 뇌관으로 떠올랐다.

10만명 넘는 미국 국민의 목숨을 앗아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가 가라앉기도 전에 뿌리 깊은 인종차별 문화의 치부를 압축적으로 드러낸 '흑인 사망' 시위 사태까지 더해지면서 민심이 요동치고 있다.

오는 11월 3일 대선의 향배는 그야말로 시계 제로 상황이다.

[미 시위 10일째] 코로나19 이어 '흑인사망' 사태 뇌관으로…대선 시계제로
올 초까지만 해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재선 가도는 탄탄대로처럼 순항하는 듯 보였다.

그러나 '국가 셧다운'까지 초래한 코로나19 사태는 트럼프 대통령이 최대 치적으로 꼽아온 경제를 무너뜨리며 모든 것을 바꿔놓았다.

여기에 4일(현지시간)로 10일째를 맞은 시위사태는 대선 정국의 유동성과 불확실성을 증폭시키며 트럼프 대통령을 다시 한번 시험대 위에 올렸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플로이드의 죽음으로 촉발된 시위 확산은 이미 도전적인 해를 맞닥뜨린 트럼프 대통령에게 새로운 시험대를 제공했다"며 트럼프 대통령이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셧다운에서 벗어나 경제 정상화 드라이브를 걸고 있는 상황에서 '인종적 분열' 문제와도 씨름하게 됐다고 보도했다.

코로나 사태 초기에 늑장·부실 대응 논란으로 수세에 몰리자 반중(反中) 공세 등으로 국면 전환을 시도했던 트럼프 대통령은 이번 시위 사태를 맞아서도 시위주도 세력에 '폭도', '안티파' 등의 딱지를 붙이며 인종차별 문제 극복이라는 사안의 본질을 외면한 채 이념대결, 편가르기로 몰아가고 있다.

친(親)트럼프 진영 일각에서는 '샬러츠빌의 악몽'을 떠올리기도 한다.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초기인 2017년 8월 12일 미국 버지니아주 샬러츠빌에서 유혈 사태가 발생했을 당시 사태의 책임을 백인우월주의자에게 분명히 따지지 않은 채 어정쩡한 태도를 보였다가 엄청난 후폭풍에 직면한 바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번 시위 사태에서 '법과 질서'를 명분으로 시위진압을 위한 군 동원이라는 강경 대응책을 꺼내 드는가 하면 최루탄으로 백악관 앞 시위대를 해산시킨 뒤 유유자적하게 인근 교회로 이동, 성경책을 들어 올리는 '트럼프 쇼'를 연출하기도 했다.

군 동원 문제를 놓고 현직 국방장관이 공개적으로 반기를 들고 그의 전임자인 전직 국방장관도 트럼프 대통령을 직격하는 등 트럼프 대통령의 사태 대응을 둘러싸고도 연일 논란이 벌어지고 있다.

국난 극복을 위한 통합과 치유의 리더십을 보여주기보다는 이번에도 자신의 트레이드마크인 분열과 증오의 정치로 편가르기를 시도, 지지층 결집을 도모하려는 것으로 보인다.

갈 길을 잃은 채 대혼돈에 빠져든 가운데 국론 분열과 그에 따른 혼란상이 가중되고 있는 것이 '세계 최강국' 미국의 현주소인 셈이다.

일단 최근 여론조사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지지율이 뚜렷한 하락세를 보이는 등 적어도 수치상으로 보면 민심이반이 가속하며 트럼프 대통령에게 악재로 작용하고 있는 흐름이다.

대선 맞상대인 조 바이든 전 부통령과의 가상 맞대결 여론조사에서도 격차가 더욱 벌어지는 결과가 나오고 있다.

더욱이 전통적 지지기반 마저 흔들리는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여기에 전국에 걸친 대규모 집회가 코로나19 집단발병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는 가운데 올 가을 코로나19의 '2차 감염 파도'가 다시 몰아닥칠지 여부 등이 표심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드라이브를 걸고 있는 경제 정상화와 맞물려 추락한 경제의 회복 속도도 주요 변수로 꼽힌다.

다만 민심이 최종적으로 어떠한 방향으로 흘러갈지는 현재로서는 예단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트럼프 진영과 반(反)트럼프의 지지층 결집 대결이 갈수록 격화될 것으로 보이는 가운데 무엇보다 '캐스팅보트'라 할 수 있는 중도층의 표심이 관건으로 떠올랐다.

당장 바이든 전 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의 이번 사태 대응을 정면으로 공격하며 중도층, 그리고 이번 사건으로 분노가 폭발한 흑인 표심을 파고들고 있다.

미국 역사상 첫 흑인 대통령인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도 '분노했다면 바꾸자'는 메시지를 화두로 내걸고 반(反)트럼프 진영의 결집에 나섰다.

이에 맞서 트럼프 대통령은 에이브러햄 링컨 전 대통령의 이름까지 거론, 자신만큼 흑인을 위해 업적을 많이 남긴 대통령은 없다는 점을 내세워 흑인 표 이탈 차단에 부심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과 바이든 전 부통령 모두 백인이라는 점에서 흑인 표심을 누가 잡느냐는 대선 결과에 영향을 줄 수 있다.

NBC방송은 최근 '트럼프 대통령이 바이든의 지지기반에 대한 균열 시도라는 도박에 나섰다'는 기사를 통해 트럼프 대통령이 이번 시위사태 대응을 통해 바이든 전 부통령의 양대 지지기반인 흑인과 중도 백인층을 갈라치기 하려는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는 분석을 내놓기도 했다.

인종갈등을 부추기고 시위진압을 위한 군 동원까지 들먹이며 중도 백인층이 흑인들로부터 등을 돌리는 정치적 기회로 삼으려고 한다는 것이다.

코로나19와 '흑인사망' 시위 사태, 그리고 최악의 실업대란으로 이어진 경제 쇼크까지 겹치면서 트럼프 대통령이 재선 가도에서 예기치 못한 난제를 만난 것은 분명해 보인다.

동시에 바이든 전 부통령이 대권 승리를 거머쥐려면 그 반사이익에만 기댈 것이 아니라 리더십 잃은 대혼돈의 미국을 이끌 확고한 대안세력임을 입증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치 앞을 내다 볼 수 없는 안갯속 정국이 이어지는 가운데 누구의 리더십이 미국 국민의 인정받느냐에 따라 최종적인 대선 결과가 좌우될 전망이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