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크 에스퍼 미국 국방장관이 3일(현지시간) "폭동진압법 발동을 지지하지 않는다"며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연방군 투입' 방침을 공개적으로 거부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흑인 사망' 시위' 군 투입 방침을 거론한걸 두고, 트럼프 행정부 내에서 균열이 드러난 것이다.

에스퍼 장관은 이날 언른 브리핑을 자청해 "국방장관으로서만이 아니라 전직 군인이자 전 주방위군 일원으로서 말한다"며 "법 집행(시위 진압)을 위한 병력 동원은 최후의 수단으로만, 그리고 가장 시급하고 심각한 상황에서만 사용돼야 한다"며 "우리는 지금 그런 상황에 있지 않다"고 밝혔다.

또 백인 경찰의 강압적 체포 과정에서 숨진 흑인 남성 조지 플로이드 사망 사건에 대해
"끔찍한 범죄"라며 "당일 사건 현장에 있던 경찰관들은 살인에 대해 책임을 져야 한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1일 대국민연설에서 "폭력이 계속되면 군대를 동원할 수 있다"고 한지 이틀만이다. 폭동진압법은 미국 내 폭동·반란·소요 진압을 위해 1807년 제정된 법이다. 1992년 LA 흑인 폭동 때 주지사의 요청으로 발동된게 마지막였다.

에스퍼 장관은 1일 '교회 이벤트' 전까지 트럼프 대통령이 왜 교회에 가는지 이유를 몰랐다고 털어놨다. 당시 트럼프 대통령은 백악관 앞에 집결해 평화롭게 구호를 외치던 시위대를 최루탄으로 해산하도록 한뒤 대국민연설을 마치고, 에스퍼 장관, 윌리엄 바 법무장관 등을 대동하고 백악관 길 건너편에 있는 '세인트 존스 교회로 갔다. 이어 교회 앞에서 성경을 들고 카메라 앞에서 포즈를 취한뒤 백악관으로 돌아왔다. 이를 두고 해당 교구는 물론 각계에서 비판 여론이 쏟아졌다.

에스퍼 장관은 1일 밤 워싱턴DC 상공에 육군 전투헬기 블랙호크가 저공비행하며 시위대를 위협한데 대해서도 "경위를 조사해 보고하도록 육군장관에게 지시했다"고 밝혔다.

백악관은 에스퍼 장관의 브리핑이 알려진 뒤에도 "필요하면 폭동진압법을 사용할 것"이라며 기존 입장을 재확인했다. 케일리 매커내니 백악관 대변인의 언론 브리핑에서다.

매커내니 대변인은 에스퍼 장관 경질 가능성에 대해 "현재 에스퍼 장관은 여전히 장관"이라면서도 "만약 대통령이 (에스퍼에 대한) 신뢰를 잃으면 앞으로 여러분은 그 사실을 알게 될 것"이라며 여지를 남겼다.


CNN은 3명의 소식통을 인용해 트럼프 대통령이 에스퍼 장관의 이날 브리핑 발언을 마음에 들어하지 않았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트럼프 대통령이 재선에 성공한다고 해도 에스퍼 장관이 직을 유지할지 의문이 제기돼 왔는데 오늘 발언으로 낙마 시점이 빨라질 수도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고 보도했다.

워싱턴=주용석 특파원 hohob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