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들어 43조원 이상 사들여
'홍콩 보안법' 이후 위상 추락 우려
국유기업 위주로 대규모 투자
올해 들어 중국 본토 자금이 홍콩증시에 상장된 주식을 전례 없는 속도로 사들이고 있다. 미·중 무역갈등 격화, 반(反)중국 시위 확산으로 지난해부터 해외 투자자가 홍콩증시를 떠나고 있는 것과 대조적이어서 주목된다. 중국 정부가 개입한 것 아니냐는 분석이 제기되고 있다.

3일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 등에 따르면 올 들어 지난달까지 5개월 동안 중국 본토 투자자는 홍콩증시에서 2770억홍콩달러(약 43조5000억원) 규모의 주식을 매입했다. 작년 3월부터 12월까지 10개월 동안 사들인 2610억홍콩달러를 넘어섰다. 연간 기준으로도 2017년 이후 최대 규모다.

중국 투자자는 중국 정부가 지난달 22일 전국인민대표대회 개막식에서 ‘홍콩 국가보안법’(홍콩보안법) 초안을 공개한 뒤 나흘간 119억홍콩달러어치의 주식을 매입했다. 이는 직전 나흘간과 비교해 세 배를 넘는 규모다. 중국 본토 자금은 대부분 공상은행과 건설은행 등 홍콩증시에서 거래되고 있는 중국 국유기업에 투자된 것으로 파악됐다.

시장에선 중국 정부가 홍콩보안법 제정 강행으로 아시아 금융허브로서 홍콩의 위상이 흔들릴 것을 우려해 개입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예컨대 22일 항셍지수는 전날보다 5.6% 급락했지만, 중국 본토 자금은 이날 44억홍콩달러어치의 주식을 사들인 것으로 파악됐다. 전문가들은 2017년 시진핑 국가주석이 홍콩을 방문하는 등 정치적인 이슈가 있을 때마다 중국 국유펀드가 홍콩증시 부양을 주도한 것처럼 이번에도 중국 정부가 나섰을 개연성이 크다고 분석했다.

일각에선 주요국에 비해 홍콩증시의 밸류에이션(실적 대비 주가 수준)이 상대적으로 낮다는 점이 본토 투자자를 끌어들인 주된 이유라는 해석도 나온다. 항셍지수의 주가수익비율(PRE)은 예상수익의 11.2배 수준으로 세계 주요 벤치마크(기준) 지수 중 가장 저평가된 것으로 꼽힌다. 미국 S&P지수는 예상 수익의 24배, 유럽의 유로스톡스 50지수는 18배, 중국 본토 CSI300 지수는 13배에 거래되고 있다.

인터넷기업 넷이즈, 전자상거래업체 징둥닷컴 등 미국 뉴욕증시에 상장된 중국 대기업들도 본토 자금을 유치하기 위해 홍콩증시 2차 상장을 추진하고 있다. 미국 정부가 뉴욕 상장 규제를 강화하려는 움직임을 보이면서 중국 기업들의 홍콩증시 상장이 가속화할 전망이다.

베이징=강동균 특파원 kd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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