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공장' 중국, 생산비용 증가·공급망 위험 등으로 매력 감소

미국과 중국 간 무역전쟁에 이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등의 여파로 중국 대신 대만을 투자처로 택하는 대만 기업들이 대폭 늘고 있다.

홍콩의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3일 대만 행정원 산하 '인베스타이완 서비스 센터'(行政院全球招商聯合服務中心) 자료를 인용해 "코로나19와 미·중 무역전쟁이 대만 역내 투자 증가를 불러왔다"고 보도했다.

SCMP에 따르면 타이베이(臺北)에 본사를 둔 의료 장비제조업체인 '바이오텍 코퍼레이션'은 지난 3월 본사에서 차량으로 한 시간 거리에 위치한 한 연구단지에 16억 대만 달러(약 650억원)를 투자해 생산시설을 늘리기로 했다.

이 회사는 중국 상하이(上海)에 영업 사무소를 두고 있지만, 중국에 공장을 세울 생각을 아예 하지 않았다.

이 회사의 충펑기 재무 책임자는 "중국은 인센티브를 제공하지 않고 있기 때문에 아예 공장 신설 대상지로 고려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대만기업, 무역갈등·코로나19에 중국 대신 역내투자로 눈돌려
대만 기업들에 '세계의 공장'으로서의 중국은 점차 매력을 상실하고 있다.

중국 내 생산비용이 증가한 데다 미·중 무역전쟁에 따라 중국에서 생산된 제품을 미국으로 수출할 때 높은 관세가 붙을 수 있고, 코로나19로 중국 내 공급망의 취약점이 드러났기 때문이다.

투자자문회사인 '퀀텀 인터내셔널 인베스트먼트'의 존 브레벡 선임 자문역은 "만일 여러분(대만 기업)이 (중국에) 가지 않았다면, 앞으로도 가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대만 기업들은 과거에는 낮은 생산 비용과 손쉬운 생산 인력 확보, 동일한 언어 등 장점 때문에 중국 본토 투자를 늘려왔지만, 현재는 상황이 달라졌다는 것이 업계 관계자들의 지적이다.

IC 스타 그룹은 2021년까지 타이중(台中) 남부지역 제2의 정밀 장비 공장을 건설하기로 결정하면서 일찌감치 중국은 후보지에서 배제했다.

이 회사 관계자는 중국 본토보다 대만에서 생산인력을 확보하기가 용이하다는 점을 지적하면서 "이곳(대만)에 투자하기가 더 쉽다"고 말했다.

코로나19 사태로 중국에서 제품을 생산하는 데 따르는 위험 요인이 커진 것도 대만 내 투자를 촉진하는 요인이다.

DBS은행의 마톄잉 애널리스트는 "올해 초 전염병으로 중국 내 공장들이 폐쇄되면서 잘 드러났듯이 이제 생산 위험을 고려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대만의 기업들이 코로나 사태 이후 공급망을 보다 탄력적이고 다양하게 설계할 필요가 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됐다"면서 "중국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고 생산의 일정 부문을 대만이나 다른 신흥국가로 돌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대만이 미·중 무역전쟁의 주요 수혜자로 평가받고 있는 점도 대만 기업의 회귀를 돕는 요인이 되고 있다.

이밖에 대만 정부의 적극적인 투자 유치 정책도 대만 기업들이 중국 본토 대신 대만 내 투자를 늘리는데 한몫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