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효성 없는데다 관광산업에 타격' 우려 커져
코로나19 위험 낮은 나라 입국자에 자가 격리 면제 검토
'시작도 전에'…영국, 입국자 14일간 자가격리 수정할 듯
영국 정부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제2 확산을 막기 위한 입국자 자가 격리 의무화 조치를 재검토하기로 했다.

자가 격리 조치 실효성이 떨어지는 데다, 적용이 장기화할 경우 여행 및 항공업계에 심각한 타격을 줄 수 있다는 비판에 따른 것이다.

2일(현지시간) 일간 텔레그래프에 따르면 영국은 오는 8일부터 항공기와 선박, 기차 등을 통해 입국하는 이들에 14일간 자가 격리를 의무화한다.

입국자들은 연락처와 함께 자가 격리 장소를 적어내야 하며, 규제를 따르지 않는 외국인은 입국이 거부될 수 있다.

아울러 입국자가 자가 격리 의무를 잘 준수하고 있는지 현장 점검이 실시되며, 위반 시 1천 파운드(약 153만원)의 벌금이 부과된다.

정부는 조치를 도입한 뒤 3주마다 연장 여부를 검토할 예정이다.

그러나 이같은 조치 시행을 앞두고 정부 내에서는 이미 이를 수정해야 한다는 의견이 커지고 있다.

우선 자가 격리 의무화 조치를 제대로 실행하기 어렵거나, 바이러스를 막는 데 효과가 없을 것이라는 지적이 제기된다.

일간 가디언은 의무화 조치 초안에 따르면 자가 격리를 적용받는 입국자 중 대안이 없을 경우 음식이나 의약품을 사기 위한 외출이 허용된다고 보도했다.

아울러 자가 격리 장소를 중간에 바꿀 수 있으며, 입국 후 격리 장소로 이동할 때 대중교통을 이용할 수도 있다고 전했다.

가디언은 정부의 초안이 '터무니없다'(ridiculous)고 지적했다.

경제에 미치는 악영향도 우려되는 부분이다.

영국의 200여 관광 및 항공업체 경영진은 정부의 자가 격리 의무화 조치가 2천억 파운드(약 307조원) 규모의 관광산업과 400만개의 일자리에 타격을 줄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에 따라 대안으로 코로나19 감염률이 낮은 나라에서 오는 관광객에게 자가 격리를 면제하는 이른바 '공중 가교'(air bridges) 방식이 떠오르고 있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텔레그래프에 "보리스 존슨 총리도 이제 개인적으로 '공중 가교 ' 방식에 찬성하고 있다"면서, 이것이 여행을 재개하면서도 바이러스를 통제할 수 있는 최선의 방안으로 판단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에 따라 자각 격리 의무화 연장 여부를 결정해야 하는 오는 29일 이를 도입할 수도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이미 교통부는 이달 말부터 '공중 가교' 방식을 도입하는 것과 관련해 추가적인 계획을 수립하라는 지시를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시작도 전에'…영국, 입국자 14일간 자가격리 수정할 듯
당초 자가 격리 의무화는 존슨 총리의 오른팔이자 정부 실세인 도미닉 커밍스 총리 수석 보좌관이 지지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커밍스 보좌관이 봉쇄령 위반 논란으로 정부 내 입지가 약화하면서 '공중 가교' 등 대안을 주장하는 이들이 목소리가 힘을 얻고 있다.

특히 집권 보수당 의원 중에서도 정부의 자가 격리 의무화에 반대하는 이들이 늘어나고 있다.

이와 관련해 영국 관료들은 그리스와 포르투갈, 호주 등 코로나19 감염 위험이 작은 나라들과 여행 통로를 확보하는 방안을 들여다보고 있다.

'공중 가교'가 시행되기 위해서는 다른 나라들이 영국이 코로나19를 통제하고 있다는 사실을 확신해야만 한다고 텔레그래프는 지적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