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무역 수호자' 이미지 부각·하이난을 홍콩 대체 지역으로 육성
여행객 1인당 1천700만원 면세 혜택 줘 '쇼핑 천국'으로
중국, 미·홍콩 보란 듯 하이난 자유무역항 발표
중국이 장기적인 국가 전략 차원에서 육성하려는 하이난(海南) 자유무역항 건설 계획이 공개됐다.

1일 신화통신에 따르면 중국공산당과 국무원은 공동으로 '하이난 자유무역항 건설 총체 방안' 문건을 발표했다.

중국 당·정은 이번 문건을 통해 우선 2025년까지 무역 자유화와 투자 자유화를 양대 축으로 한 자유무역항 체계를 기본적으로 마련하는 것을 1단계 목표로 제시했다.

이어 2035년까지 국내외 자금 이동, 출·입경, 물류 분야의 자유·편리화까지 이뤄내 자유무역항 운영 수준을 더욱 성숙시키고 2050년 무렵까지 세계적으로 영향력 있는 자유무역항으로 키우는 것을 중·장기 목표로 각각 내세웠다.

하이난 자유무역항은 중국이 처음 만들기로 한 자유무역항이다.

개혁개방 초기 경제특구로 지정된 하이난은 2018년 10월 '자유무역시험구(FTZ)'로도 공식 지정됐다.

중국이 새로 내세우고 있는 자유무역항의 정확한 개념은 아직 모호하다.

대체로 전문가들은 '자유무역항'에서 덩샤오핑 시대의 '경제특구'와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 집권 직후 도입한 '자유무역시험구'에서 더욱 고도의 개방과 규제 완화가 이뤄질 것으로 관측한다.

중국 안팎에서는 중국이 이번 하이난 자유무역항 건설 방안 발표를 통해 미국에 맞선 자유무역 수호 이미지를 강화하려 한다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로 중국 당·정은 이번 문건에서 "보호주의와 일방주의가 대두하는 가운데 경제 세계화가 중대한 역풍을 만났다"며 "하이난 자유무역항 건설을 통해 세계화를 지지하고, 인류 공동 운명체를 만들기 위한 실제 행동에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미국을 직접 거론하지는 않았지만 노골적으로 비판한 것이다.

구체적 방향성과 관련해 중국은 우선 하이난섬 전체를 중국 본토와 확연히 다른 경제 질서가 적용되는 자유무역항으로 운영하기로 했다.

하이난성(省)의 중심인 하이난섬의 면적은 3만4천㎢로 남한 전체 면적의 3분의 1가량에 해당한다.

중국 당·정은 하이난을 관세가 전혀 부과되지 않는 '영관세' 지역으로 발전시켜 나가겠다면서 우선 일부 상품부터 수입 관세를 면제해나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현대 서비스업, 하이테크 기술 산업 등을 중심으로 하이난성 경제를 업그레이드하기 위해서 육성 대상 산업에 해당하는 기업은 15%의 기업 소득세를 감면하고 시장 진입 네거티브 리스트도 최소화하기로 했다.

아울러 중국의 다른 지역보다 높은 수준의 금융업 대외 개방도 목표로 하면서 하이난을 에너지, 항운, 주식 등 거래 장소로 키운다는 내용도 방안에 담겼다.

일각에서는 이처럼 사람과 자본, 상품이 국경 장벽 없이 자유롭게 드나드는 자유무역항 육성 계획에는 장기적으로 홍콩의 기능을 대체하겠다는 의도가 반영된 것이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특히 중국 언론들은 이날 발표 방안에 하이난 방문 여행객 한 명당 1년간 면세 쇼핑 한도가 10만 위안(약 1천700만원)으로 확대된다는 내용에 주목했다.

기존 하이난 방문 관광객의 면세 쇼핑 한도는 1인당 3만위안이었는데 한도가 세 배 이상 급증한 것이다.

이런 움직임에는 중국 내 관광 명소이기도 한 하이난을 '면세 쇼핑 천국'으로 육성하려는 중국 당·정의 의지가 담긴 것으로 풀이된다.

거꾸로 중국 본토 관광객에게 절대적으로 의존하던 홍콩 쇼핑 업계는 강력한 경쟁 상대를 만나게 된 것으로 볼 수 있다.

하이난 자유무역항 발전 계획은 '시진핑 신도시'로 불리는 슝안신구(雄安新區) 건설 계획과 더불어 미국을 능가하는 초강대국을 만들겠다는 '중국몽'(中國夢)을 꾸는 시 주석이 강한 애착을 보이는 발전 프로젝트 중 하나다.

시 주석은 2018년 4월 하이난에서 열린 보아오포럼에서 하이난 자유무역항 건설 구상을 처음으로 밝힌 바 있다.

중국 당·정은 이번 방안 문건 도입부에서 "하이난을 중국 특색의 자유무역항으로 건설하겠다는 계획은 시진핑 총서기가 손수 계획하고 직접 밀어붙인 개혁개방의 중대 조치"라고 강조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