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중국해 긴장감 높이는 中
중국 고립작전 나선 美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왼쪽)이 2018년 4월 남중국해에서 열린 중국군 최대 규모의 해상 열병식을 사열하고 있다.  한경DB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왼쪽)이 2018년 4월 남중국해에서 열린 중국군 최대 규모의 해상 열병식을 사열하고 있다. 한경DB

중국이 미국의 강력한 반대에도 불구하고 ‘홍콩 국가보안법’ 제정을 강행한 데 이어 남중국해에서 새로운 ‘방공식별구역(ADIZ)’ 선포를 계획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ADIZ는 국제조약이나 기관에 의해 정의되거나 규제된 것은 아니지만, 국가 안보를 위해 항공기를 감시하고 통제하는 공역을 말한다. 중국이 ADIZ를 선포하면 가뜩이나 남중국해 문제로 갈등을 빚고 있는 미국과 주변국의 강력한 반발을 살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남중국해 긴장 높아져

1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에 따르면 중국은 프라타스(중국명 둥사)제도와 파라셀(시사)제도, 스프래틀리(난사)제도 등 영유권 분쟁 중인 남중국해의 섬들을 포함한 새 ADIZ 선포를 준비하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중국 인민해방군 관계자는 “중국 정부는 2010년부터 이 같은 계획을 추진해왔다”며 “외교적 고려 때문에 선포를 늦춰왔지만 최근 이를 발표할 적절한 시기를 기다리고 있다”고 말했다.

대만 국방부도 이를 파악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대만 해군사관학교 교수를 지낸 루리시는 “지난 몇 년간 지속돼온 중국의 인공섬, 특히 파이어리크로스(중국명 융수자오)와 수비(주비자오), 미스치프(메이지자오) 등 암초 위에 세워진 활주로와 레이더 시스템이 모두 새 ADIZ 선포를 위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최근 위성사진은 인민해방군이 KJ-500 공중조기경보통제기와 KQ-200 대잠 초계기를 파이어리크로스 암초에 배치했음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또 암초에 에어컨 시설을 건설하고 있는 것은 높은 기온과 습도, 염분으로부터 전투기를 보호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중국이 ADIZ를 일방적으로 설정하면 미국과의 긴장 수위가 한층 높아지는 것은 물론 남중국해 주변국과의 관계에 회복할 수 없는 손상을 줄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남중국해는 중국과 베트남, 필리핀, 말레이시아, 대만 등이 영유권 분쟁을 벌이고 있는 해역이다. 석유와 가스 등 천연자원이 풍부하고 세계 해운항로의 본거지 역할을 해 전략적으로 중요한 지역으로 꼽힌다.

싱가포르 리콴유공공정책대의 드루 톰슨 수석연구위원은 “중국의 ADIZ 선포는 동남아시아 국가들에 미국과 중국 사이의 양자택일이 아니라 중국과의 경제 교류와 자국 주권 사이의 양자택일을 강요하게 될 것”이라고 했다.

“中 군사력 증강에 몰두”

미국은 중국의 군사력 강화를 ‘위협’으로 규정하면서 군사 분야에서 ‘반중(反中) 블록’ 구축에 나설 것임을 시사했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은 지난달 31일(현지시간) 폭스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중국이 다음 세기를 지배하도록 해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이어 한국을 비롯해 인도 호주 일본 브라질 유럽을 “좋은 파트너”라고 부르며 “(이들과 함께) 다음 세기도 서방의 세기가 되도록 보장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한국 호주 일본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전날 중국 문제를 논의하기 위해 올해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를 확대(G10 또는 G11)하고 싶다고 밝히면서 언급한 국가들이다.

폼페이오 장관은 또 시진핑 국가주석을 ‘주석’ 대신 ‘(공산당) 총서기’로 부르며 “중국 공산당이 시 총서기가 오랫동안 통치하는 것을 허용하도록 규칙을 개정했을 때 상황이 상당히 바뀌었다”며 시 주석의 ‘장기 집권’ 문제까지 걸고 넘어졌다. 폼페이오 장관이 군사 분야에서도 ‘중국 때리기’에 나선 것은 미 의회 차원에서 거론되는 ‘태평양 억지 구상’과 맞닿아 있다는 분석이다. 공화당 소속 짐 인호프 상원 군사위원장과 잭 리드 상원 군사위원회 민주당 간사는 지난달 28일 미 안보 전문 사이트 ‘워 온 더 록스’에 기고한 글에서 인도·태평양 지역에서 힘을 통한 평화를 강조했다. 미국이 군사 분야에서 중국 고립 작전을 본격화하면 한국 정부의 고민도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은 경제 분야에선 반중 경제블록인 ‘경제번영네트워크(EPN: Economic Prosperity Network)’에 한국의 참여를 요구하고 있다.

베이징=강동균/워싱턴=주용석 특파원 kd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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