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3만명 이상이 숨진 이탈리아에서 코로나19 바이러스가 약해지고 있다는 주장이 의료계에서 나왔다.

이탈리아 북구 밀라노에 있는 산라파엘레병원의 알베르토 잔그릴로 병원장은 31일(현지시간) RAI TV 인터뷰에서 "코로나 바이러스가 사실상 이탈리아에서 사라졌다"고 주장했다. 그는 "지난 10일 동안 검체를 체취한 면봉에서 나온 바이러스가 한두달 전보다 현저히 줄었다"며 이같이 말했다.

이탈리아에선 이날까지 누적으로 세계에서 6번째로 많은 23만3019명이 확진 판정을 받았다. 사망자는 3만3415명으로 3번째로 많다. 5월 중순 이후로는 하루 신규 확진자가 500명, 사망자는 200명 아래로 내려갔다. 이에 정부도 강도높은 봉쇄 조치를 완화하고 있다.

잔그릴로 원장은 일부 전문가들이 2차 전염 확산을 지나치게 경계하고 있으며, 정치인들이 새로운 현실을 고려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우리는 정상 국가로 돌아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제노아의 산마르티노병원 감염병 과장인 마테오 바세티도 "두 달 전보다 바이러스의 독성이 현저히 약해졌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탈리아 정부는 승리를 주장하기에는 너무 이르다며 주의를 촉구했다. 산드라 잠파 복지부 차관은 "바이러스가 사라졌다는 주장을 뒷받침할 과학적 증거는 아직 없다"고 말했다. 그는 "국민을 혼란시켜서는 안된다"며 "우리는 앞으로도 사회적 거리두기를 유지하면서 마스크를 착용하고 손을 자주 씻는 등 개인 위생도 철저히 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강현우 기자 h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