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1위 식품회사인 네슬레가 미국 스타트업(신생 벤처기업) 임파서블 푸즈(Impossible Foods)와의 대체육류 상품 상표권 분쟁에서 일단 백기를 들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더 큰 관심을 모으고 있는 대체육류 시장에서 치열해진 경쟁이 법정전과 상품명 변경으로까지 이어졌다는 평가다.

파이낸셜타임스는 네슬레가 유럽지역에서 쓰던 대체육 버거 상표인 ‘인크레더블 버거(Incredible Burger)’를 일단 포기하고 ‘센세이셔널 버거(Sensational Burger)’로 바꾸기로 했다고 지난달 31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최근 네덜란드 헤이그 법원은 인크레더블 버거 상표가 임파서블 푸즈와 유사해 소비자들에게 혼동을 일으킬 가능성이 있다며 임파서블 푸즈의 손을 들어줬다. 헤이그 법원은 네슬레가 임파서블 푸즈와 유사한 상표를 사용하는 방법으로 임파서블 푸즈의 유럽 대체육류 시장 진출을 방해하려는 의도가 있었다고 판단했다. 근거로는 네슬레가 2018년 임파서블 푸즈와 파트너십 구축 등을 위한 협상을 시도했다가 같은해 자체 제품 출시로 방향을 틀었다는 점을 들었다. 임파서블 푸즈는 현재 유럽시장 진출을 준비하고 있다.

헤이그 법원은 네슬레가 유럽에서 ‘인크레더블’ 상표를 사용하지 못하도록 했다. 또 네슬레는 4주 안에 해당 상표가 붙은 상품을 철수시켜야 하고, 불응할 경우 벌금을 내야 한다고 판단했다. 네슬레는 “제품의 특징을 드러내기 위해 ‘인크레더블’ 같은 표현은 누구나 쓸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헤이그 법원의 판단에 유감을 표했고 항소하기로 했다.

FT는 네슬레와 임파서블 푸즈의 법적 분쟁을 대체육류 사업자들이 벌이고 있는 첨예한 경쟁의 일환이라고 보도했다. 식물성 재료를 사용해 육류와 비슷한 맛을 내는 대체육류는 건강에 관심이 많은 소비자, 채식주의자 사이에서 인기를 끌어왔다. 올 들어서는 육류 가공시설에서 코로나19 감염자들이 나오면서 육류 생산이 줄어든 결과 대체육류가 반사이익까지 누렸다. 미국 대체육류 스타트업인 비욘드미트는 지난해 나스닥시장에 상장했다. 임파서블 푸즈는 지난해 우리나라의 미래에셋자산운용 프라이빗에쿼티(PE) 부문 등으로부터 투자를 유치했고 기업공개(IPO)를 준비하고 있다. 비욘드미트와 임파서블 푸즈 외에도 각국에서 여러 스타트업들이 대체육류 연구 및 상품화를 진행하고 있다.

전세계 대기업들도 대체육류 시장에 뛰어들었다. 네슬레는 ‘어썸버거(Awesome Burger)’ 브랜드로 미국시장에 진출했다. 유니레버도 대체육류 연구회사를 인수했다. 전통적인 육류 제조사인 타이슨푸드, 곡물회사 카길도 대체육류 시장에 진입했다.

이고운 기자 cca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