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9일(현지시간) 흑인 사망 사건 관련 폭동 사태를 두고 "약탈이 시작되면 총격 시작"이라고 말해 거센 논란을 자초했다가 후폭풍이 거세지자 내 뱉은 말을 주워담았다.

앞서 지난 25일 미네소타주 미니애폴리스에서는 백인 경찰이 흑인 남성 조지 플로이드의 목을 무릎으로 찍어눌러 과잉제압, 숨지게 한 사건이 발생했다. 백인 경찰관은 미니애폴리스경찰 소속이던 데릭 쇼빈(44)으로 3급 살인(murder) 및 우발적 살인(manslaughter) 혐의로 기소됐다. 쇼빈은 현재 체포돼 구금됐다.

이후 성난 군중의 시위와 폭동이 일어나자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새벽 1시께 올린 트윗에서 시위대를 '폭력배(Thugs)'로 규정하고, "이들 폭력배가 조지 플로이드의 기억에 대한 명예를 떨어뜨리고 있다"면서 "나는 이 일이 일어나도록 내버려 둘 수 없다"고 말했다.

특히, 그는 팀 월즈 미네소타 주지사와 논의했다고 밝힌 뒤 "그에게 군대가 내내 함께 있다고 말했다. 약탈이 시작될 때 총격이 시작된다"며 군 투입은 물론 총격 대응을 시사하는 발언을 서슴지 않았다.

실제로 폭동이 일어난 미네소타주 미니애폴리스와 세인트폴 일대에는 500명의 주방위군이 배치됐고, "약탈이 시작될 때 총격이 시작된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트윗은 거센 후폭풍을 불러왔다.

외신은 이 발언이 1967년 흑인 시위에 대한 폭력적 보복을 공언한 월터 헤들리 당시 마이에미 경찰서장이 만든 문구라는 데 주목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인용이 자칫 흑인 시위대를 향한 강경 진압을 묵인할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트위터는 해당 트윗이 올라오자 "폭력 미화 행위에 관한 트위터 운영 원칙을 위반했다"며 '보기'를 클릭한 뒤에야 원문을 볼 수 있도록 '딱지' 조치 했고, 민주당 바이든 전 부통령은 동영상 연설을 통해 "지금은 선동 트윗을 할 때가 아니고, 폭력을 선동할 때도 아니다"며 트럼프의 글을 비판했다.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 역시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민을 향한 폭력을 요구하고 있다"며 11월 대선 때 유권자들이 행동에 나설 것을 촉구했다.

논란이 커지자 트럼프 대통령은 다시 트윗을 올려 "약탈이 시작될 때 총격이 시작된다"는 언급은 "위협이 아니었다"며 수습에 나섰다.

시위대에 대한 위협이 아니라 지난 26일 미니애폴리스 시위 당시 1명이 총격으로 숨지고, 전날 켄터키주 루이빌에서 7명이 총격으로 부상한 것을 두고 한 말이었다는 해명이다.

그는 "이런일이 발생하길 원치 않는다. (총격) 문구의 유래가 어디인지 몰랐다"면서 논란의 문구를 인용한 것이 아니라 단순 사실을 지적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백악관에서 열린 산업계 경영진과의 간담회 행사장에서도 거듭 수습을 시도했다.

그는 "플로이드의 가족과 얘기를 나눴고, 훌륭한 분들이었다"면서 유족에게 위로의 뜻을 전했다는 사실을 공개한 뒤 "정의는 실현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도 "폭동을 방치할 수 없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우리는 미니애폴리스 상황이 무법적 무정부상태와 혼란으로 빠지는 것을 용납할 수 없다"면서 "약탈자들이 많은 평화시위의 목소리를 삼켜버리도록 허용해선 안된다"고 강조했다.

이보배 한경닷컴 객원기자 newsinf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