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을 '우한 바이러스'라고 지칭하면서 중국 책임론을 다시 꺼내들었다. 또 세계보건기구(WHO)와 모든 관계를 끊겠다고 선언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29일(현지시간) 중국의 홍콩 국가보안법(홍콩보안법) 처리 강행 보복 조치로 홍콩에 부여한 특별지위를 철폐하는 절차를 시작한다고 밝히면서 세계적 유행병(팬데믹)을 초래한 건 중국과 WHO 때문이라고 비난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기자회견 내내 코로나19를 '우한 바이러스'라고 지칭하면서 발언을 이어갔다. 그는 "미국이 (WHO에) 일 년에 4억5000만달러를 내는데 중국은 4000만달러밖에 내지 않으면서 WHO를 완전히 통제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실제 미국은 지난해 WHO에 4억 달러(약 4900억원) 이상의 자금을 지원했다. 이는 WHO 연간 예산의 15%에 이르는 규모다.

그는 "세계는 지금 중국 정부의 불법행위 결과로 고통받고 있다. 중국의 우한 바이러스 은폐로 감염증이 전 세계로 퍼져 세계적 유행병(팬데믹)을 초래했다"며 "이로 인해 미국인 10만여명의 목숨과 전 세계 100만여명의 목숨을 대가로 치렀다"고 했다.

그러면서 "우리는 그들(WHO)이 취해야 할 개혁방안을 마련했는데 그들은 행동하기를 거부했다"며 "우리는 오늘 WHO와 우리의 관계를 끊고 지원금을 다른 긴급한 국제보건상 필요에 재배치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로써 미국은 자금 지원을 영구적으로 중단하고 회원국에서 탈퇴할 수 있다는 계획을 밝힌 지 열흘여 만에 이를 실행에 옮기게 됐다. 지난 18일 트럼프 대통령은 테워드로스 아드하놈 거브러여수스 WHO 사무총장에게 보내는 서한을 트위터에 공개하고 30일 이내에 실질적 개선을 이뤄내지 않으면 일시적 지원 중단을 영구적 중단으로 전환하고 회원국 지위 유지도 재고하겠다며 압박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 당국자들은 WHO에 보고 의무를 무시했고 WHO가 세계를 잘못 이끌도록 압력을 가했다"면서 "전세계는 중국에게서 바이러스에 대한 답변을 들어야 한다. 우리는 투명성을 가져야 한다"며 압박수위를 유지했다.

한편 미국의 앞선 경고에도 WHO는 미국의 탈퇴 가능성이 낮다고 밝힌 바 있다. 중국에 편향된 WHO가 중국 편향성을 개선하지 않을 경우 회원국 탈퇴까지 불사하겠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경고를 일축했다.

지난 24일 스튜어트 시몬슨 WHO 사무차장은 CNN과의 인터뷰에서 WHO 창립 과정에서의 미국의 공헌을 설명하면서 "WHO가 중국 관련 정보를 공유하지도 않았고, 충분한 조치도 취하지 않았다는 주장은 틀렸다"며 "미국의 WHO 탈퇴는 상상할 수 없다"고 밝혔다. 시몬슨 차장은 조지 부시 행정부 시절 보건복지부에서 근무했다.

한경닷컴 뉴스룸 op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