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통상자원부 이호현 무역정책관. 사진=연합뉴스

산업통상자원부 이호현 무역정책관. 사진=연합뉴스

우리 정부가 일본의 수출규제 해제를 요구하며 제시한 답변시한이 사실상 하루 밖에 남지 않았지만 29일 현재까지도 일본은 별다른 태도 변화를 보이지 않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지난 12일 "일본이 문제 삼은 무역관리 상의 미비점을 모두 보완했으니 이달 말까지 일본 정부가 문제 해결과 관련한 입장을 밝히라"고 요구했다. 일본은 작년 7월 한국을 화이트리스트(수출절차 간소화 대상국)에서 제외하고 포토리지스트, 고순도 불화수소, 플루오린 폴리이미드 등 반도체 소재 3개 품목의 한국 수출을 규제하고 있다.

정부가 못박은 시한은 31일이지만 일본 정부부처가 주말(30~31일)에 공식입장을 내는 전례가 거의 없었던 점을 고려하면 오늘이 사실상 답변시한이다. 그동안 일본 언론들과 한국과 거래 관계에 있는 일본 기업들은 일본 정부의 전향적인 태도를 촉구해왔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과 미·중 무역마찰로 인해 대공황 이후 최악의 경기침체가 우려되는 상황에서 한국과 일본의 경제협력이 필요하다는 이유에서였다.

아사히신문은 지난 12일 사설을 통해 "한일 양국이 정보를 공유하고 물자를 융통해 코로나19가 유발한 위기를 넘어야 할 것"이라며 "일본 정부는 한국에 대한 수출규제강화를 즉각 철회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니혼게이자이신문도 지난 20일 수출규제 이후 삼성전자와 LG전자 등 한국기업이 대체 공정을 개발하면서 스텔라케미파, 모리타화학, 스미토모화학 등 수출기업들의 실적이 악화됐다고 보도했다.

반면 일본은 우리 정부의 최후통첩이 있었던 12일 "다양한 레벨에서 대화해 나갈 것"이라는 입장을 내놓은 것 외에는 별다른 움직임을 보이지 않고 있다. 지난 22일 고노 다로 방위상과 모테기 도시미쓰 외무상이 기자회견을 통해 관련 사안을 언급했지만 우리 정부가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 카드를 만지작거리는데 대해 "수출 규제와 지소미아는 완전히 별개"라는 일본의 입장을 밝힌데 그쳤다.

시한을 닷새 앞둔 지난 26일에는 한국에 허가를 받지 않고 분무건조기를 수출했다는 혐의로 요코하마의 중소 제조업체 사장과 임원을 수사하기도 했다.

이 때문에 일본 정부가 우리 정부의 최후통첩에 답하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정부도 '일본 정부가 수출규제 문제를 장기화하려 한다'고 인식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정부는 일본 정부의 답변이 없으면 세계무역기구(WTO) 제소를 재개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지난 12일 최후통첩을 하면서 산업통상자원부는 한일 간 수출 관리 정책 대화가 정상적으로 진행되는 동안에는 WTO 제소 절차도 정지시키겠다고 밝혔었다.

도쿄=정영효 특파원 hug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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