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서 비무장 흑인 남성이 백인 경찰의 가혹 행위로 숨지는 사건이 발생하자 성난 시위대의 폭동 사태가 이틀째 이어졌다.

28일(현지시간) AP통신과 CNN방송에 따르면 흑인 사망 사건이 발생한 미네소타주에서는 시위가 유혈폭동으로 확산돼 주 방위군 소집 명령이 내려졌다.

지난 25일 미니애폴리스 경찰이 흑인 남성 조지 플로이드(46)의 목을 무릎으로 찍어눌러 사망시킨 사건과 관련해 수천 명의 군중이 전날 미니애폴리스 도심에서 경찰과 충돌하며 시위를 벌였다. 시위대는 경찰을 향해 돌을 던졌고 경찰은 최루탄과 고무탄으로 응사했다.


성난 군중은 대형마트 타깃(Target)을 비롯해 상점의 유리창을 깨부수고 난입해 물건을 약탈했다. 시위가 격화하며 도심 전당포에서는 1명이 총에 맞아 사망하는 사건까지 발생했다. 경찰은 전당포 주인이 약탈범에 총을 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방화도 30여건이나 발생하면서 곳곳에서 불길이 솟아올랐다. 6층짜리 건물 공사 현장은 밤사이 잿더미로 변했고, 주택가와 상점, 차량도 불길에 휩싸였다.

폭동은 미니애폴리스뿐 아니라 미네소타 주도(主都)인 세인트폴로도 번졌다. 두 도시는 미시시피강을 끼고 맞닿아 있다. 시위대는 이날 세인트폴에서 타깃 매장을 습격하는 등 20여곳을 약탈하고 매장에 불을 질렀다.


미니애폴리스 헤네핀 카운티 청사 주변에서도 이틀 연속 시위가 발생했다. 시 당국은 경전철과 버스 등 대중교통 운행을 전면 중단했다.

팀 월즈 미네소타 주지사는 미니애폴리스와 세인트폴에 비상사태를 선포하고, 주 방위군 소집 명령을 내렸다. 주 방위군을 얼마나 소집할지, 언제 시위 현장에 투입할지에 대해선 밝히지 않았다.

월즈 주지사는 성명을 통해 "플로이드의 희생은 죽음과 파괴가 아닌 정의와 시스템의 변화로 이어져야 한다"고 호소했지만, 폭력 시위는 미국 곳곳으로 확산되는 추세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억눌렸던 민심이 이번 사건을 통해 폭발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현지 경찰에 따르면 이날 항의 시위가 벌어진 콜로라도주 덴버에서는 주의회 의사당을 향해 6∼7발의 총격이 발생했다. 경찰은 총격 사건이 시위대와 관련된 것인지는 확인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뉴욕에서도 폭력 시위가 발생해 경찰이 다치고, 수십명이 체포됐다. 폭스 뉴스는 일부 시위대가 경찰을 향해 침을 뱉고, 권총을 뺏으려 들었다고 전했다. 전날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LA)에서는 시위대 수백명이 고속도로를 막고 순찰 차량 유리를 박살 냈다. 테네시주 멤피스에서도 시위대와 경찰이 충돌해 2명이 체포됐다.

플로이드 유족은 사망 사건에 연루된 경찰관들을 살인죄로 사형해야 한다고 요구했고, 미국 법무부는 성명을 내고 조지 플로이드 사망 사건을 최우선 순위에 놓고 엄정한 수사를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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