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 전체회의 폐막일인 28일 홍콩 국가보안법(홍콩보안법) 표결을 강행해 통과시킨 것을 두고 일본과 대만 등 국제사회가 우려를 표명하고 나섰다.

일본 정부 대변인인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관방장관은 28일 정례 기자회견에서 "전인대에서 홍콩에 관한 의결이 국제사회나 홍콩 시민이 강하게 우려하는 가운데 추진된 것, 그리고 그와 관련된 홍콩의 정세를 깊이 우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홍콩은 우리나라에 있어서 긴밀한 경제 관계와 인적 교류가 있는 매우 중요한 파트너이며 일국양제(一國兩制·한 국가 두 체제)를 토대로 종래의 자유롭고 열린 체제가 유지돼 민주적·안정적으로 발전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다만 일본 정부가 홍콩보안법 등 일련의 사태를 계기로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 주석의 일본 방문 추진까지 보류할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이날 일본 정부의 반응이 '우려 표명'에 그치고 적극적인 비판으로까지 나가지 않은 것도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가 추진 중인 시 주석 방일 구상을 의식한 결과로 풀이된다.

대만은 중국의 표결 강행을 강도 높게 비판했다. dpa 통신에 따르면 대만의 중국 본토 담당 기구인 대륙위원회는 중국의 이번 조치가 홍콩의 자유와 법치를 심각하게 훼손한다며 비난했다. 보도에 따르면 대륙위원회는 중국이 1997년 홍콩 주권 반환 후 50년간 '고도의 자치권'을 인정하기로 한 약속을 배신했다며 '일국양제'의 위선적 성격을 드러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는 대만 해협을 가로지르는(중국과 대만) 관계에도 도움이 되지 않으며, 국제사회의 신뢰를 흔들어놓는 일"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에 대해 우리 정부는 원론적인 입장만 내놓은 상태다. 김인철 외교부 대변인은 이날 정례브리핑에서 홍콩 보안법 표결에 대한 입장을 묻는 질문에 "홍콩은 우리하고 밀접한 인적·경제적 교류 관계를 갖고 있는 중요한 지역"이라며 "일국양제 하에서 홍콩의 번영과 발전이 지속되는 것이 중요하다고 보고 있다. 지속적으로 관심을 갖고 주시하고 있다"고 밝혔다. 같은 날 강경화 외교부 장관이 참석한 범정부 차원의 외교전략 회의에서도 홍콩보안법에 대한 내용은 다뤄지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이날 회의에서는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를 포함한 미국의 전략자산과 중국 화웨이 제품 사용 문제, 5세대(5G) 이동통신망 보안 등의 내용이 논의된 것으로 전해졌다.

일각에서는 우리 정부가 홍콩보안법에 대한 입장을 분명히 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윤상현 국회 외교통일위원장은 이날 자신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계정을 통해 "홍콩 경찰이 중국 정부의 홍콩 보안법 제정 추진에 반대하는 시위대를 진압하고 체포하는 사진이 외신을 채우고 있다"면서 "외교부는 홍콩보안법을 지지해달라는 중국 정부의 요청을 받고도 아무 입장도, 설명도 지적도 없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국제사회는 이 법을 인권보호에 반하는 통제법이라고 비판하고, 홍콩 시민들은 자유 수호를 위해 거리에서 투쟁하고 있다"면서 "그러나 촛불혁명정부의 외교부는 아무 말도 없고 아무 문제 제기도 하지 않는다. 촛불혁명정부의 인권 침묵 상태"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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