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서 파산보호 신청을 한 미 2위 렌터카업체 허츠와 채권단간 법적 공방이 벌어졌다. 허츠가 그간 사업 자금을 끌기 위해 발행한 차량담보부 채권을 두고서다. 채권단은 향후 두 달 내 중고차 가치가 폭락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이때문에 미국 파산 역사상 가장 큰 자산 감가상각 사례가 나올 수 있다는게 채권단 주장이다.

27일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허츠 채권단은 이날 미 델라웨어 법원에서 온라인 화상회의 형식으로 열린 허츠 파산보호 법원 심리에서 이같이 주장했다. 허츠는 지난 22일 파산보호를 신청했다. 법원이 기업을 청산하기보다 존속하는 것이 낫다고 판단해 파산보호 신청을 받아들이면 법정관리가 시작돼 채무상환이 일시적으로 연기된다.

블룸버그통신 등에 따르면 허츠는 채권단과 어떤 합의 사항이나 구체적인 조직 개편 전략도 없이 파산보호 신청을 했다. 허츠는 지난달 말 리스대금 상당 부분의 상환 기한을 넘겼다. 이후 채권단과 상환 유예·면제 협상을 벌였으나 합의에 이르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허츠 측 토머스 로리아 변호사는 이날 “허츠는 파산보호 상태에서 가능한 많은 렌터카를 매각할 것”이라며 “이는 렌터카 수요 감소에 맞춰 덩치를 줄이자는 취지”라고 밝혔다. 그는 “현재 허츠의 기업·자산가치는 불확실하고, 부채 상환 능력은 사실상 ‘제로’”라고 주장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타격이 언제 끝날지 몰라 사업 전망을 보수적으로 봐야 한다는 설명이다.

이날 허츠가 차량 임대료를 내는 문제를 두고도 공방이 벌어졌다. 허츠 등 렌터카업체들은 보유 차량을 담보로 금융회사에서 운영 자금을 빌리는 구조다. 허츠가 아니라 별도로 특수목적법인 자회사를 세워 차량담보부 채권을 발행해 사업 자금을 조달한다. 허츠는 이 특수목적법인으로부터 차량을 임대해 영업하는 식이다.

로리아 변호사는 “허츠는 향후 60일간 파산보호 상태에서 채권단과 협상을 벌이고자 한다”고 말했다. 이 기간 허츠는 자회사에 차량 임대료를 내지 않아도 된다.

차량담보부 채권을 보유한 연기금이나 뮤추얼펀드 등 투자자들은 허츠 자회사부터 매월 리스 납입금을 받기 때문에 허츠가 자회사에 임대료를 내지 않을 경우 손해를 보게 된다. 채권단은 차량을 압류해 청산하려면 60일이 지나야 한다. 허츠의 차량담보부 부채 규모는 144억달러에 달한다.

채권단은 협상 기간 허츠가 보유한 렌터가 가치가 크게 깎일 것이라고 보고 있다. 허츠의 차량담보부 채권단 행정 대리인인 도이체방크는 이를 두고 “허츠 보유 차량은 매일 감가상각을 통해 가치가 깎인다”며 “채권단이 향후 60일간 10억 달러까지 손해를 볼 수 있다”고 주장했다. 도이체방크는 이중 차량 감가상각분을 약 9억 달러 규모로 추산했다. WSJ에 따르면 도이체방크는 법원에 제출한 서류에서 “허츠 보유 차량 가치가 미국 파산 역사상 가장 큰 자산 가치 하락을 볼 수 있다”고 썼다.

채권단은 이날 법정에서 “허츠는 당장 수중에 있는 현금과 렌터카 수요가 개선될 것이라는 희망만 갖고 파산보호에 돌입해 코로나19 상황이 지나가기를 기다리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주요 외신들은 허츠의 파산보호 신청이 받아들여지든 아니든 중고차 매물이 쏟아질 것으로 보고 있다. 허츠 관계자는 앞서 “폴 스톤 최고경영자(CEO)가 자산유동화증권을 보유한 채권단을 달래기 위해 연말까지 자동차를 매달 3만 대 이상씩 팔겠다고 했다”고 블룸버그통신에 밝혔다.

코로나19 사태로 차량 수요가 이전보다 적은 와중에 중고차 공급이 확 늘어 중고차 가격이 떨어지면 신차 시장까지 연쇄적으로 영향이 갈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투자기업 벤치마크의 마이클 워드 애널리스트는 “허츠가 채무 상환을 위해 보유 차량 자산을 청산할 경우 미 자동차 산업에 상당한 리스크가 발생한다”며 “수개월에 걸쳐 물량을 덜어내는 동안 중고차 가격이 떨어질 것”이라고 분석했다.

선한결 기자 alway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