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F 통해 지분 10% 이상 보유 상장기업 56곳…1년 새 19곳↑

일본 중앙은행이 올해 안에 일본 주식시장에서 평가액 기준으로 가장 많은 주식을 보유한 주주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일본은행이 27일 발표한 2019년 회계연도(2019.4~2020.3) 결산에 따르면 올 3월 말 기준 상장지수펀드(ETF) 보유액(시가기준)은 작년 같은 시점과 비교해 7.9% 증가한 31조2천억엔(약 358조원)이다.

이는 현재 일본 주식 시장에서 최대 주주 자리를 지키고 있는 연금적립금 관리운용 독립행정법인(GPIF)의 42조4천억엔(작년 12월 기준) 다음으로 큰 액수다.

그러나 일본은행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영향을 받은 주식시장을 부양하기 위해 ETF 매입 규모를 대폭 늘리는 중이어서 GPIF와의 보유액 차이가 한층 줄었을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일본은행은 코로나19 여파로 주가가 급락하자 연간 6조엔으로 설정했던 ETF 매입 규모를 2배 규모로 확대하기로 결정하고, 4월에 약 1조2천억엔, 5월에 4천억엔 이상을 투입했다.

이 때문에 이런 추세가 이어질 경우 일본은행이 연내에 GPIF를 따돌리고 국내 상장사 주식을 가장 많이 보유한 주주로 등극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일본은행, 연내 일본 주식시장서 '말 없는 최대주주' 등극할 듯

일본 ETF는 도쿄 증시의 대표지수인 닛케이225 평균주가 등에 연동하는 금융상품이다.

일본은행이 ETF를 사면 이 펀드에 포함된 여러 종목을 매입하는 셈이어서 일본은행은 간접적인 주주가 된다.

중앙은행이 시장 부양을 위해 주식에 투자하는 것은 선진국에선 일본은행뿐이다.

일본은행의 올 3월 말 현재 ETF 보유액은 도쿄증권거래소 1부 상장기업 시가총액의 5.8% 규모다.

아사히신문은 28일 닛세이기초연구소의 추산치를 인용해 일본은행이 ETF를 통해 지분 10% 이상을 보유한 상장기업이 올 3월 말 현재 56곳으로, 작년 같은 시점(37곳)과 비교해 19곳 늘었다고 전했다.

일본은행이 ETF 투자를 늘리는 것을 놓고 부작용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시장 상황에 따른 ETF 평가액 변동이 일본은행의 재무 상태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주기 때문이다.

일본은행은 ETF 매입가격(장부가격)이 시가를 웃돌면 평가이익을 얻지만, 그 반대의 경우 평가손실이 생겨 충당금을 쌓아야 한다.

작년 3월 말 결산 시점에 약 3조9천억엔이던 일본은행의 ETF 평가익은 올 3월 말 기준 약 3천억엔으로, 코로나19 확산 사태 속에 92%(3조6천억엔)나 급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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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로다 하루히코(黑田東彦) 일본은행 총재는 지난 3월 중순 국회 답변에서 당시 주가를 기준으로 2조~3조엔의 ETF 평가손이 발생했다고 했지만, 그 후로 주가가 회복돼 평가손실은 피하게 됐다.

일본은행 보유 ETF의 손익분기 기준은 닛케이지수로 18,500선 정도로 알려져 있다.

아사히신문은 일본은행의 ETF 매입은 주가를 왜곡시키고 주주권리를 행사하지 않는 '말 없는' 대주주의 역할에 그치면서 해당 기업의 개혁을 정체시키는 부작용을 낳을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한편 올 3월 말 현재 국채와 ETF를 포함한 일본은행의 총자산은 작년 같은 시점과 비교해 8.5% 증가한 604조4천846억엔(약 6천950조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2013년 3월 취임한 구로다 총재가 제2차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 내각의 확장적 재정정책을 뒷받침하기 위해 과거와는 다른 차원의 대규모 금융완화 정책을 시작하기 전인 2012년 말(165조엔)의 3.7배 수준으로 급증한 것이라고 아사히는 분석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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