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2위 에너지기업인 쉐브론이 전세계 직원 중 최대 15%를 줄인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이후 석유 수요가 줄고 유가가 폭락하자 내놓은 구조조정 조치 중 하나다.

27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쉐브론은 세계 각국에서 직원 10~15%를 감원한다. 쉐브론 직원은 약 4만5000명이다. 베로니카 플로레스 파니아구아 쉐브론 대변인은 “현 시장 상황에 대처하기 위한 조치”라며 “감원은 대부분 올해 중 이뤄질 것”이라고 로이터통신에 말했다.

쉐브론 측은 이번 조치가 “현재 예상하는 생산활동 수준 규모에 인력 규모를 맞추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동안 석유제품 수요가 이전 수준으로 회복하지 못한다고 전망한 것으로 풀이된다. 코로나19 이후 비행길이 끊기고 공장 등 각 부문 영업장이 문을 닫으면서 석유 수요가 확 줄었다. 쉐브론은 이달 미국 내 셰일오일 생산량을 기존보다 일평균 약 12만5000배럴 줄일 방침이다.

쉐브론은 이미 가스 유정이 있는 펜실베니아주에서 직원 약 300명을 해고한다고 앞서 발표했다. 호주 액화천연가스 사업장에서도 일부 직원을 감원한다.

일각에선 이같은 조치가 업계 다른 기업에도 퍼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로이터통신은 “쉐브론은 에너지업계에서 금융관련 조치 ‘표준’으로 통한다”며 “이번에도 에너지업계에선 처음으로 상당한 예산 삭감을 단행했다”고 지적했다. 블룸버그통신은 “쉐브론이 에너지부문 대기업 중 가장 규모가 큰 구조조정 조치를 내놨다”고 분석했다.

미국 에너지업계에선 코로나19 이후 실업이 크게 늘었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3월 이후 줄어든 일자리가 약 9만개에 달한다. 전체의 16% 수준이다. 2014~2016년 유가 폭락기 당시 줄어든 일자리의 절반 가량이 코로나19 창궐 약 두 달동안 없어진 셈이다.

로이터통신은 “쉐브론 등 여러 에너지기업은 코로나19 이전부터도 이미 원가절감 압박을 받고 있었다”며 “이 와중에 코로나19 사태가 터져 더욱 재정적 압박을 받고 있다”고 지적했다.

쉐브론 외에도 소규모 생산업체와 유전 서비스 기업 등이 감원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투자기업 에드워드존스의 제니퍼 롤랜드 에너지부문 애널리스트는 “현재 미국 에너지기업 대부분이 직원 중 최소 10% 감원을 고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날 국제 유가는 내림세가 뚜렷하다. 28일 오전 11시25분 기준 미국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WTI 7월 인도분은 배럴당 31.93달러에 거래됐다. 전날 같은 시간 34달러선에 거래됐으나 미국 원유재고량 전망 악화, 러시아의 감산 연장 반대 움직임 등이 나오면서 하락하고 있다. 7월물 브렌트유는 런던 ICE 선물거래소에서 배럴당 34.25달러에 거래되고 있다. ICE거래소에 따르면 전장 대비 약 5.23% 내렸다.

선한결 기자 alway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