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한미군사령관이 유엔군사령관 겸직…일각선 한미간 긴장요인 작용 관측도
폼페이오 사건 초기 "우발적"→유엔사 "우발 확정 판단 못해"…대북 경고 포석 관측도
미 국방부 "유엔사 발표 참고하라"·국무부 "한국정부에 물어봐라"
미 당국 일단 반응 자제…유엔사 '북 우발 판단 보류' 파장 촉각
미국 정부는 26일(현지시간) 이달 초 발생한 북한군의 비무장지대(DMZ) 감시초소(GP) 총격 사건과 관련, 북측의 우발적 상황인지 확정적으로 판단할 수 없으며 남북 모두 정전협정을 위반했다고 결론을 내린 유엔군사령부의 조사 결과 발표에 일단 반응을 자제했다.

이번 발표가 북한군의 우발적인 상황으로 판단한 한국 합참의 입장과 다른 것이어서 논란이 일고 있는 상황에서다.

이는 "우발적"이라는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의 사건 초기 언급과도 배치되는 것이다.

유엔사는 다국적군 사령부 형태를 띠고 있지만, 주한미군 사령관이 정전 관리 권한을 가진 유엔군사령관을 겸하고 있어 이번 발표를 놓고 미 정부의 의중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현재 로버트 에이브럼스 주한미군 사령관이 유엔군사령관을 겸직하고 있으며, 유엔군사령관은 미 합참의 전략 지침을 받는다.

미 국방부 당국자는 이날 유엔사의 발표에 대한 질의에 "유엔사에서 나온 언론 발표를 참고하라"며 추가 언급을 자제했다.

국무부 당국자도 유엔사의 이번 발표와 한국 국방부의 유감 표명 등에 대한 질의에 "한국정부에 문의하라"고만 했다.

유엔사의 발표가 한국 함참의 판단과 엇갈리면서 파장을 낳고 있는 가운데 일각에서는 한국 정부의 '우발적'이라는 발표 등에 대한 불편함을 우회적으로 드러낸 것 아니냐는 해석도 나왔다.

앞서 2018년 8월 말 남북이 남측 인원과 열차를 투입해 경의선 철도 북측구간 현지조사를 하려고 했을 당시에도 유엔사가 군사분계선(MDL) 통행계획을 승인하지 않아 무산된 바 있다.

미 행정부도 대북 대응과 관련, 남북 협력에 대한 지지 의사를 밝히면서도 남북 협력은 비핵화에 대한 진전과 보조를 맞춰서 가야 한다는 입장을 관련 현안이 있을 때마다 되풀이 해왔다.

한미 방위비 협상이 미국의 무리한 증액 요구로 장기화 조짐을 보이며 표류하고 있는 가운데, 다국적 사령부 형태이면서도 실질적으로 미 군 당국의 지휘를 받는 유엔사의 특수한 '지위'와 맞물려 이번 발표가 자칫 한미간 추가 긴장 요소로 작용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더욱이 유엔사가 비무장지대에서 발생한 총격 사건에 대한 조사 결과를 공개적으로 발표한 것은 이례적이다.

우리 국방부는 유엔사 결과 발표에 대해 "북한군의 총격에 대한 실질적 조사 없이 발표된 것에 대해 유감을 표한다"면서 "우리 현장부대는 당시 북한군의 총격에 대해 대응 매뉴얼에 따라 적절하게 조치했다"며 조사결과에 대해 사실상 수용할 수 없다는 입장을 내놓은 상태이다.

그러나 이번 총격에 대해 "우발적"이라는 언급은 사건 초기 미 고위 당국자에게서도 나온 것이다.

미 외교수장인 폼페이오 장관은 사건 발생 몇 시간 뒤인 지난 3일 방송 인터뷰에서 "나는 그 보도를 봤고 일부 우리 내부 정보도 봤다.

적어도 최초 보고는 몇 발의 총탄이 북한으로부터 넘어왔다는 것이라고 확인할 수 있다.

한국은 대응 사격을 가했다"며 "우발적이라고 생각한다"고 밝힌 바 있다.

이번 총격 사건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20일만에 외부세계에 재등장한 다음날 일어났다.

로이터통신도 이번 유엔사 발표에 대해 "한국과 미국의 당국자들은 그동안 이번 총격이 우발적 상황이라고 믿는다고 말해왔다"며 이번 유엔사 결과 발표와 대비시켰다.

폼페이오 장관이 사건 초기 '우발적'이라고 언급했던 사안에 대해 유엔사가 20여일 뒤 이와 상반되는 발표를 한 것을 두고 북한을 향한 경고성 메시지 차원도 깔린 게 아니냐는 분석도 나왔다.

이번 유엔사의 발표는 북한이 김정은 국무위원장 주재로 핵전쟁 억제력 강화 방안 등을 논의했다고 발표한 가운데 며칠 안 돼 이뤄진 것이기도 하다.

북한의 '핵전쟁 억제력' 언급과 관련, 로버트 오브라이언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지난 24일 방송 인터뷰를 통해 "김정은에게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주시할 것"이라고 언급, 대북 대화 재개 의지를 재확인하면서도 북한이 '레드라인'을 넘을 경우 미국도 상응조치에 나설 수 있다는 점을 내비친 바 있다.

북한의 추가 도발 차단을 시도하며 경고 메시지를 발신한 것이다.

대선 국면에서 '북한발 리스크'를 최소화하기 위해 상황관리에 주력해온 미국은 북한이 추가 도발 등을 통해 대선판을 흔들 가능성에 대해 경계하고 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