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난 떠난 마을 200여채 불타…HRW "로힝야 사태 방화 특징 그대로"
또 다른 로힝야 사태?…미얀마군 라카인족 마을 방화 의혹 제기
미얀마군과 불교계 소수민족의 자치권 확대를 주장하는 반군과의 충돌이 이어지는 가운데, 미얀마군이 해당 소수민족 마을에 불을 질렀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미얀마군이 수 년 전 무슬림 소수민족 로힝야족에 대한 탄압 과정에서 저지른 방화와 '판박이'라는 주장도 나온다.

뉴욕에 본부를 둔 국제인권단체인 휴먼라이츠워치(HRW)는 26일(현지시간) 보도자료를 내고 미얀마 서부 라카인주(州) 므락우 지역의 렛 까 마을에서 이달 16일 주택 200여채 및 건물들이 불에 타 파괴된 것이 위성사진을 통해 확인됐다고 주장했다.

이 마을 주민 대다수는 불교계 소수민족 라카인족이었다.

5월 16일 오전 10시 30분에 찍힌 위성 사진은 마을에 아무런 피해 징후가 드러나지 않았지만, 오후 2시 13분에 찍힌 위성 사진에는 광범위한 화재가 발생했음이 드러나 있다고 HRW는 설명했다.

23일 위성 사진을 보면 마을의 약 70%가 화재로 파괴된 것으로 파악됐다고 이 단체는 밝혔다.

HRW는 특히 렛 까 마을에 대한 방화는 2012년, 2106년 그리고 2017년 라카인주에서 로힝야족 마을을 대상으로 미얀마군이 자행한 방화와 밀접한 유사성을 보인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마을에 대한 대규모 파괴 행위가 누구의 소행인지를 파악하기 위한 공정한 조사가 시급히 요구된다고 촉구했다.

다만 렛 까 마을 주민 대부분은 미얀마군과 AA 간 충돌이 격화하던 약 1년여 전 피란길에 올랐다고 HRW는 전했다.

2018년 말부터 미얀마군은 라카인족(또는 아라칸족)의 자치권 확대를 요구해 온 반군 아리칸군(AA)과 충돌해 왔다.

이 과정에서 다수의 민간인 사상자가 생기고 건물이 파괴됐다.

또 다른 로힝야 사태?…미얀마군 라카인족 마을 방화 의혹 제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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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RW는 방화 책임을 놓고 미얀마군과 AA가 서로에게 책임을 돌리고 있다고 밝혔다.

미얀마군은 17일 성명에서 전날 오후 순찰 도중 렛 까 마을에 군이 들어갔고 거기에서 AA로부터 공격을 당했다면서, AA가 최소 20채의 가옥에 불을 지르고 산속으로 퇴각했다고 주장했다.

AA도 이틀 뒤 미얀마군의 주장을 반박하는 성명을 내고 "미얀마군은 항상 AA를 비난하는 것을 통해 자신들의 전쟁 범죄를 숨기려고 한다"며 언론의 조사를 촉구했다고 HRW는 전했다.

필 로버트슨 HRW 아시아 담당 부국장은 "렛 까 마을 방화는 로힝야족 마을을 대상으로 미얀마군이 저지른 방화의 특징을 모두 담고 있다"면서 "미얀마 정부는 신뢰할 수 있는 조사를 담보하기 위해 유엔 지원을 요청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일간 미얀마 타임스는 서부 친주에서 26일 정부군과 AA간 충돌로 팔렛와 지역 미랏와 마을에서 100채가 넘는 가옥이 불에 탔다고 주 고위 관리를 인용해 보도했다.

이 관리는 양 측간 충돌로 3월 이후 주민들이 떠난 상태여서 민간인 피해는 없었다면서, 누가 이번 방화를 저질렀는지는 말하기 힘들다고 전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