칠레 보건·경제 시험대…에콰도르 긴축에 이미 시위확산
브라질은 의료붕괴·경기악화·대통령 실정 '악재 종합세트'
"빈곤·불평등 부채질" 코로나19에 남미 사회불안 커진다

남미 국가들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확산 때문에 사회불안 우려에 직면했다.

최근 확진자가 65만 명을 넘어서며 코로나19가 남미 전역을 휩쓰는 가운데 취약한 사회적 기반이 시험대에 올랐다.

25일(현지시간) 블룸버그 통신에 따르면 남미에서 가장 부유한 국가 가운데 하나인 칠레는 코로나19 여파로 의료체계가 붕괴할 위험에 처했다.

칠레의 수도 산티아고에서는 중환자실의 95%가 가득 차 환자들이 다른 지역으로 항공 이송되는 사태가 빚어지고 있다.

국제통계사이트 월드오미터는 이날 현재 칠레의 코로나19 확진자 수를 7만3천997명으로 집계하고 있다.

인구 1천800만명의 칠레는 인구대비 확진자 증가세가 올해 3월 스페인이 겪은 최악의 추세와 맞먹을 정도로 관측되고 있다.

호세 미겔 베르누치 칠레의사협회 사무총장은 "코로나19 때문에 이미 부족한 칠레의 보건체계가 시험대에 올랐다"고 말했다.

문제는 코로나19로 촉발된 보건재난이 사회불안으로 이어질 소지가 다분하다는 점이다.

칠레에서는 소득 불평등과 열악한 공공서비스 때문에 작년 10월 수백만 명이 거리로 뛰쳐나와 반정부 시위를 벌인 바 있다.

당국은 대중의 불만을 자극하지 않고 코로나19의 확산을 막기 위한 봉쇄조치를 취해야 하는 살얼음판 걷기에 돌입했다.

하이메 마냘리치 칠레 보건부 장관은 "봉쇄가 기아, 빈곤, 사회불안과 같은 악영향을 끼치거나 가정폭력을 부추기기도 한다"며 "편익에 대한 비용을 저울질해 조심스럽게 접근해야 한다"고 말했다.

"빈곤·불평등 부채질" 코로나19에 남미 사회불안 커진다

에콰도르에서는 코로나19 확산을 막으려는 조치 때문에 이미 대정부 시위에 불이 붙었다.

레닌 모레노 에콰도르 대통령은 경제위기에 대응한다며 국영기업들을 폐쇄하는 조치를 비롯한 공공지출 감축 계획을 지난 19일 발표했다.

이에 에콰도르 노동계는 기득권 계층과 비교할 때 노동계층이 많은 고통을 떠안는다며 반발하고 있다.

최대노조인 노동자통합전선(FUT)의 대표인 메시아스 타타무에스는 이날 "부자가 돈 내지 않게 하려고 노동자를 해고한다"고 주장했다.

에콰도르 경제는 코로나19 창궐 전부터 이미 높은 부채 수준, 석유에 대한 과도한 의존 때문에 고전해왔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에콰도르의 올해 경제성장률이 -6.3%를 기록해 남미 국가들 가운데 가장 큰 폭으로 하락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브라질에서도 코로나19의 고삐 풀린 확산, 의료체계 붕괴, 경기부진, 대통령의 실정 논란을 둘러싸고 불만이 끓어오르고 있다.

월드오미터에 따르면 브라질의 확진자 수는 37만4천898명으로 미국(170만6천224명)에 이어 세계에서 두 번째다.

"빈곤·불평등 부채질" 코로나19에 남미 사회불안 커진다

브라질 언론에 따르면 보건 전문가들은 전국 27개 주 가운데 최소 5개 주의 보건체계가 붕괴 직전에 몰렸다고 진단했다.

상파울루, 리우데자네이루, 페르남부쿠, 아마조나스, 파라 등 5개주에서는 중환자실 부족, 사회적 거리두기 참여율 저조, 사망자 급증 등의 현상이 공통으로 나타나고 있다.

봉쇄조치 장기화로 다른 한편에서는 일자리를 잃고 소득이 감소한 저소득층이 생활고를 호소하고 있으나 긴급지원에 나설 정부의 재정 여력은 슬슬 한계에 가까워지고 있다.

국정을 총괄하는 바우테르 소우자 브라가 네투 수석장관은 지난 22일 의회에 출석해 "경제가 돌아오지 않으면 굶어 죽는 사람이 속출할 것"이라고 시인했다.

초기대응에 실패한 데다가 사회적 격리를 노골적으로 무시하는 자이르 보우소나루 브라질 대통령에 대한 여론은 악화하고 있다.

브라질 주지사와 시장들은 코로나19 유행이 갈수록 심각한 사태를 몰고 오자 보우소나루 대통령의 책임론을 앞다퉈 거론하고 있다.

아마조나스주의 주도(州都)인 마나우스시의 아르투르 비르질리우 네투 시장은 "보우소나루는 입 닫고 집에 있으라"며 "국정운영 능력이 없으니 스스로 물러나야 한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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