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정부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유동성 위기에 처한 국적항공사인 루프트한자에 90억유로(약 12조1790억원)의 공적자금을 지원하기로 했다. 코로나19 사태에서 독일 정부가 기업에 지원한 최대 규모의 구제금융이다. 정부는 자금지원 대가로 루프트한자 지분 20%를 보유하기로 했다.

독일 경제부는 25일(현지시간) 루프트한자와 이 같은 내용을 담은 구제금융안에 최종 합의했다. 국책은행인 독일개발은행(KfW)이 루프트한자에 30억유로(4조596억원)를 대출해 주고, 연방경제안정화기금(WSF)은 57억유로(7조7133억원)를 지원한다. 이와 별도로 WSF는 루프트한자의 지분 20%를 3억유로(4059억원)에 매입한다.

WSF는 코로나19 사태로 유동성 위기에 처한 기업을 지원하기 위해 지난 3월 하원의 최종 승인을 거쳐 총 6000억유로 규모의 기금으로 출범했다. 2008년 금융위기 당시 금융시스템 안정을 목표로 임시 조성된 구제금융기금인 소핀을 본딴 것이다. WSF는 독일 재무부의 관리감독을 받는다. 독일 정부가 사실상 루프트한자 지분 20%를 보유한다는 뜻이다.

독일 정부는 일상적인 문제에선 의결권을 행사하지 않겠다고 약속했다. 루프트한자의 대출상환을 전제로 2023년 12월 31일까지 지분을 시장에 전량 매각하기로 했다. 다만 루프트한자가 WSF에 이자를 내지 못하면 WSF는 5%의 지분을 추가로 요구할 권리를 가진다. 또 루프트한자 감사위원회에도 WSF가 추천한 두 명의 인사가 참석하게 된다.

이번 합의가 효력을 발휘하기 위해선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 페터 알트마이어 독일 경제장관(사진)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정부 지원은 제한적인 기간에 이뤄질 것”이라며 “루프트한자 경영이 정상화되면 지분을 매각할 것”이라고 말했다. 독일 정부와 루프트한자는 구제금융 대가로 △배당 중단 △임원 보너스 중단 △직원 월급 삭감 등에도 합의했다.

유럽 최대 항공사인 루프트한자는 올 1분기에만 12억유로(1조6240억원)의 손실을 냈다. 코로나19가 확산된 지난 3월 중순 이후 대부분의 장거리 노선 운항을 중단하면서 승객이 예년 대비 95% 이상 급감했기 때문이다. 2분기에는 손실 규모가 더욱 불어날 것이 확실시된다.

루프트한자는 벨기에 국적 브뤼셀항공과 오스트리아항공, 스위스항공도 소유하고 있다. 루프트한자는 지난달 스위스 정부로부터 14억유로 상당의 대출지원에 합의했다. 벨기에와 오스트리아 정부와도 자금 지원을 협상 중이다.

런던=강경민 특파원 kkm1026@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