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신규 확진 6천명대…인구 비슷한 이탈리아의 10배
대규모 검사에 외국인 이주 근로자 집단 감염…지역사회 감염도 ↑
낮기온 40도 걸프지역 감염 급증…이슬람 최대명절 '초비상'
중동 걸프 지역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세가 좀처럼 진정되지 않으면서 이 지역 각 정부가 전염병 통제에 비상이 걸렸다.

21일(현지시간) 걸프 지역 6개국의 보건 당국에 따르면 이날 0시를 기준으로 코로나19 누적 확진자 수는 15만7천100명으로 집계돼 2주 만에 배로 증가했다.

이들 국가의 20일 기준 일일 신규 확진자 총합은 6천768명으로 발병 이래 가장 많았고 닷새 연속 6천명을 넘었다.

이들 6개국의 인구 총합(5천714만명)과 비슷한 이탈리아의 일일 신규 확진자가 1천명 이하로 떨어졌고 인구가 1천만여명 많은 영국이 2천명대임을 고려하면 두드러진 증가세다.

사우디아라비아의 일일 신규 확진자는 20일까지 일주일 연속 2천명 이상을 기록했고, UAE(941명), 바레인(469명)은 이날 최다 신규 확진자(941명)가 나왔다.

나라별로 보면 인구가 가장 많은 사우디(3천422만명)의 누적 확진자가 걸프 지역 전체의 40%(6만2천545명)를 차지하고 카타르(24%), 아랍에미리트(UAE.17%)가 뒤를 잇는다.

누적 확진자가 많은 사우디와 카타르의 확진율이 각각 15%, 30% 내외로 높은 만큼 한동안 걸프 지역의 확진자 증가세는 계속될 공산이 크다.

걸프 지역 주요 도시의 최근 낮 최고기온이 섭씨 40도에 달하고 습도가 50%에 가깝다는 점을 고려하면 고온다습한 조건에서 코로나바이러스 생존율이 낮다는 통설도 무색해지는 통계치라고 할 수 있다.

이런 흐름에 대해 걸프 지역의 보건 당국은 다른 지역에 비해 인구당 검사 건수가 월등히 많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전세계 인구 10만명 이상 국가에서 UAE와 바레인의 인구 100만명당 검사건수는 1, 2위이고 쿠웨이트, 카타르는 15위권이다.

이 지역 인구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외국인 이주 근로자가 사는 열악한 환경의 단체 숙소에서 집단 발병이 벌어진 점도 확진자 급증의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

아울러 지난달 24일 라마단(이슬람 금식성월)을 맞아 경제적 영향을 고려해 통행·영업 금지와 같은 강제적 사회적 거리두기 정책을 완화하면서 외국인뿐 아니라 자국민 지역 사회에서도 감염자가 크게 늘었다.

UAE 보건·방역부는 "라마단을 맞아 모임이 늘어나면서 UAE 국적자 집단에서 확진자가 늘어나는 추세다"라며 "되도록 모이지 말아야 한다"라고 당부했다.

사우디는 라마단 시작 전 일일 신규 확진자 가운데 90% 정도가 외국인이었으나 최근 이 비율이 60% 안팎까지 낮아졌다.

이슬람권인 이 지역의 정부는 라마단 종료를 기념해 24일부터 시작하는 최대 명절 이드 알피트르를 두고 바짝 긴장하고 있다.

이드 알피트르는 한국의 설이나 추석과 같은 큰 명절로 소비, 여행의 성수기이고 가족과 지인끼리 친교 모임이 이뤄지기 때문이다.

사우디는 아예 연휴 기간 전국적으로 24시간 통행금지령을 내렸다.

다른 나라의 보건 당국도 명절 연휴에 외출과 모임을 되도록 자제하고 집에서 머물러야 한다고 당부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