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드리고 두테르테 필리핀 대통령이 눈엣가시처럼 여기는 가운데 방송중단 명령을 받은 현지 최대 방송사 ABS-CBN의 방송재개 여부 결정이 상당히 늦춰질 전망이다.

20일 일간 필리핀 스타 등 현지 언론에 따르면 알란 카예타노 필리핀 하원의장은 전날 ABS-CBN에 올해 10월 31일까지 임시 방송 사업권을 허가하는 법안을 철회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 법안은 ABS-CBN 측의 방송 사업권 갱신 요청이 의회에 계류된 가운데 지난 5일 당국이 방송 중단 명령을 내린 데 따른 대응 조치였다.

지난 13일 하원에서 2차 독회(심의)까지 통과했기 때문에 3차 독회와 상원도 무난히 통과할 것으로 예상됐다.

이에 따라 이르면 오는 6월 초부터 ABS-CBN 측이 방송을 재개할 수 있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왔다.

그러나 하원이 이 법안을 철회하고 ABS-CBN에 25년간 방송 사업권을 다시 부여하는 법안에 대한 공청회부터 열기로 해 심의에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하원 관련 위원회는 오는 26일 공청회를 시작할 예정이지만, ABS-CBN이 언론사의 외국인 소유를 금지하는 헌법을 위반했는지 따지는 청문회 개최 촉구 결의안도 제출된 상태다.

이에 앞서 필리핀 통신위원회는 지난 5일 ABS-CBN의 사업허가 기간이 만료됐다는 이유로 방송 중단 명령을 내렸다.

그러나 두테르테 대통령이 마약과의 전쟁에 비판적인 보도를 한다는 이유 등으로 ABS-CBN에 대한 불만을 노골적으로 표출하며 사업권을 연장해주지 않겠다고 공언한 바 있어 언론의 자유를 침해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방송 사업권 허가와 갱신 등의 권한이 있는 필리핀 상·하원은 지난해 5월 중간선거를 거치며 두테르테 대통령의 지지 세력이 장악했다.

한편 필리핀 보건부는 20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279명이 새로 감염돼 누적 확진자가 1만3천221명으로 증가했다고 밝혔다.

또 확진자 가운데 5명이 추가로 목숨을 잃어 누적 사망자는 842명으로 늘었다.

두테르테 '눈엣가시' 방송사, 방송재개 여부 결정 늦춰질 듯(종합)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