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NN, 중국전략 분석…"총회연설 보면 왜곡·지연 예고"
"수년 뒤 어떤 조사결과 나와도 중국 책임론 관심 잃을 듯"
"코로나19 기원조사 세계결의에 시진핑 속으로 웃는다"
세계보건기구(WHO) 회원국들이 코로나19의 기원에 대한 독립적 조사를 결의했으나 중국이 코너에 몰리는 일은 없을 것이라는 서방 매체의 분석이 나왔다.

미국 CNN방송은 19일(현지시간) 세계보건총회 결의에 대한 해설기사를 통해 중국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대한 WHO 조사를 지연시켜 자국에 유리한 방식으로 변형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날 총회에서 100개가 넘는 회원국들이 코로나19의 기원에 대한 독립적인 조사를 요구하는 결의에 서명했다.

이는 중국의 초기대응을 문제로 삼아 조사에 들어간 호주가 추진한 결의로 WHO의 조사라면 수용하겠다는 중국의 입장과 다르다.

CNN은 겉으로는 중국이 궁지에 몰린 것 같으나 실제 상황이 전혀 그렇지 않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총회 연설 내용에서 암시된 중국의 대응 전략을 분석하며 그 이유를 제시했다.

시 주석은 "중국은 경험을 모두 모으고 결점을 해소하기 위해 코로나19를 통제한 뒤 글로벌 대응책을 포괄적으로 검토하는 방안을 지지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 작업은 과학과 전문성을 토대로 삼아 WHO의 주도로 객관적이고 공평한 방식으로 이뤄져야 한다"고 입장을 밝혔다.

CNN은 시 주석의 어조가 과거보다 누그러진 것처럼 보이지만 중국의 기존 방침에서 양보한 게 하나도 없다고 지적했다.

WHO의 친중국 성향이 문제가 되는 상황에서 WHO가 이끄는 '객관적이고 공평한 조사'는 결의에 적시된 '독립적 조사'와 엄연히 다른 말이고, 조사의 어려움과 그런 조사의 본질을 고려하면 이번 조사가 WHO 테두리 밖에서 이뤄지기 어렵다는 게 그 이유로 제시됐다.

CNN은 중국이 회원국들에 대한 지원이나 경제보복을 이용해 조사위원들의 선임에 관여하거나 조사 시점을 지연시킬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시 주석은 이미 20억 달러 규모의 보건 재정지원 약속, 반중성향을 보인 호주에 대한 석연찮은 통상제재를 통해 '당근과 채찍'을 예고했다.

CNN은 조사가 지연되면 글로벌 정치, 경제 여건의 변화 때문에 중국에 대한 타격이 급감할 가능성이 있다는 점을 특히 주목했다.

코로나19는 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SARS·사스), 중동호흡기증후군(MERS·메르스)과 같은 다른 전염병처럼 재유행이 나타난다.

일부 전문가들은 코로나19가 독감과 같은 계절성 유행병으로 상당 기간 인류와 공존할 수도 있다고 예측하고 있다.

시 주석이 제시한 대로 코로나19에 대한 통제가 끝나고 조사가 시작될 때까지는 수년이 걸리고 결과가 나올 때까지는 또 수년이 걸린다.

그 사이 각국은 팬데믹으로 초토화한 경기를 회복하기 위해 무역 파트너를 찾는 데 주력하면서 자연스럽게 거대시장인 중국에 눈길을 돌리게 될 것으로 관측된다.

CNN은 "포괄적 조사가 완성되는 데 수년이 걸릴 것"이라며 "조금이라도 기간이 늦춰질수록 결과가 무엇이든지 간에 덜 중요해질 수 있다"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중국 비판론자들이 팬데믹을 일으킨 책임을 중국에 물을 수단으로 이번 조사를 주목할지도 모르지만 결과가 2025년, 2030년에 나온다면 그럴 의지가 얼마나 남아있을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CNN은 "팬데믹 때문에 중국의 위상이 크게 훼손됐으나 시 주석은 향후 수십년간 온존할 것"이라며 "시 주석의 이번 총회 연설을 보면 조사가 이뤄지더라도 타격이 결국 미미할 가능성을 그가 이미 알고 있다는 점이 드러난다"고 해설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