닛케이 "日 수출규제에 삼성·LG 대체공정 개발…일본 타격"
일본 정부의 수출규제 이후 삼성전자, LG디스플레이 등 한국 기업이 대체공정을 개발하면서 일본 소재회사들이 잇따라 타격을 입고 있다고 일본 최대 경제신문이 보도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수율저하를 우려해 고품질의 일본제품을 사용해 오던 한국 기업들이 조달전략을 전환하면서 일본의 소재업체들의 실적에 악영향을 끼치고 있다"고 20일 보도했다. 반도체와 액정패널 생산에 필수적인 고순도 불화수소의 조기 국산화가 어렵다고 판단한 한국 기업들이 국내에서 조달가능한 저순도 제품을 활용한 공정을 도입하고 있다는 것이다.

세계 최대 액정패널 생산업체인 LG디스플레이는 작년 11월부터 일본 스텔라케미파의 초고순도 불화수소를 한국 기업인 솔브레인의 제품으로 대체했다. 솔브레인의 불화수소를 100배 희석하면 공정에 문제가 없다고 판단했다.

이 때문에 전세계 불화수소 1위 업체인 스텔라케미파의 2019회계연도(2019년 4월~2020년 3월) 순이익은 전년보다 18% 감소했다. 주력제품인 고순도불화수소의 출하량이 30% 줄어든 탓이다. 지난 11일 결산발표에서 스텔라케미파는 "한국에 대한 수출관리(규제) 등의 영향으로 반도체액정용 불화수소의 수출판매가 감소했다"고 분석했다.

스텔라케미파와 불화수소를 양분하는 모리타화학공업은 1월 초순 수출규제가 일부 완화된 후에도 한국 판매량이 수출규제 이전보다 30% 감소했다. 한국의 경쟁기업이 모리타화학의 물량을 대체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모리타화학 관계자는 "한번 빼앗긴 납품량을 되돌리는데는 시간이 걸린다"고 말했다.

삼성전자도 반도체 제조에 필요한 일부 불화수소를 국내에서 조달하고 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경제적인 합리성을 고려하면 일본에서 조달하는 편이 낫다"면서도 "반도체의 안정적인 생산을 유지하기 위해 생산공정의 일부를 국내 조달이 가능한 저순도 불화수소로 교체했다"고 밝혔다.

삼성전자와 LG디스플레이가 일본제 소재를 사용한 것은 고품질·저가격의 매력 뿐 아니라 안정적인 조달이 가능했기 때문이다. 100개가 넘는 정밀공정을 거치는 반도체와 액정패널 제조의 특성상 소재를 일부만 바꿔도 불량률이 높아질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가격이 다소 높아도 수율저하를 우려해 고품질소재를 사용해 온 '습관'이 일본의 수출규제로 흔들리고 있다"고 지적했다. 반일·극일을 강조하는 문재인 대통령 행정부와 보조를 맞추지 않을 수 없는 점도 한국 기업들이 일본 의존도를 낮추는 이유로 분석됐다.

일본 소재기업 담당자는 "한국 정부의 과잉대응은 어제 오늘 일이 아니지만 일본 정부는 좀 더 온건하게 대응했어야 했다"고 말했다.

도쿄=정영효 특파원 hug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