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입산 과일 사 먹는 '체리 자유' 사라져
코로나19 경기침체에 중국 과일 소비마저 급감
중국 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이 소강상태에 접어들었지만, 경기는 좀처럼 살아나지 않아 과일 소비마저 크게 줄었다고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가 19일 보도했다.

SCMP에 따르면 최근 중국 소셜미디어 등에서는 '체리 자유'가 사라졌다는 말이 나오고 있다.

'체리 자유'는 비싼 수입 과일인 체리를 마음껏 먹을 수 있다는 뜻으로, 중국 중산층의 소득 증가로 인한 경제적 여유를 상징하는 말이었다.

하지만 코로나19 확산으로 침체한 중국 경제가 좀처럼 살아날 조짐을 보이지 않으면서 이제 중산층마저 지갑을 닫는 분위기이다.

상하이에 사는 회사원 린 모 씨는 "코로나19 사태로 지난달 월급이 삭감됐는데, 아예 직장을 잃은 친구들도 있다"며 "요즘 내 머릿속에는 주택담보대출을 갚기 위해 소비를 줄이고 돈을 저축해야 한다는 생각밖에 없다"고 말했다.

중국 광저우(廣州)의 장난 농산물 도매시장은 중국 최대 규모의 과일 도매시장으로, 중국에서 판매되는 수입과일의 80%가 이곳을 거쳐 간다.

2009년 16억 달러 규모였던 중국의 과일 수입 규모가 지난해 103억 달러에 달할 정도로 성장하면서 호황을 누렸던 이곳도 코로나19 확산으로 인한 경기침체의 늪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지난해 하루 60∼80대 컨테이너 규모에 달했던 장난 도매시장의 수입 오렌지 판매량은 최근 들어 불과 15대 컨테이너 규모로 줄었으며, 가격도 반 토막이 났다.

과일 수입상인 리샤오창 씨는 "5월 초 노동절 연휴에 경기가 반짝 살아나는 조짐을 보였지만, 최근 들어서는 다시 3월이나 4월 초 수준으로 판매가 줄었다"고 전했다.

수입과일뿐 아니라 중국산 과일 수요도 줄었다.

장난시장의 한 수박 판매상은 "매출이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3분의 1밖에 안 된다"며 "우한 산지에서 500g당 2.8위안에 수박을 사 왔는데, 지금은 2.3∼2.4위안에 팔아야 한다"고 말했다.

중국 정부가 발표하는 중국산 과일 5종의 지난주 평균 도매가격은 작년 동기 대비 11.7% 하락했다.

광저우에서 카페를 운영하는 켄 리 씨는 "사람들의 소득이 줄어들면서 소비도 줄어 식당, 슈퍼마켓, 가라오케, 호텔, 식당 등 모든 분야의 매출이 하락했다"며 "나도 과일, 우유, 달걀 등 가능한 모든 소비를 줄이고 있다"고 전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