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최대 렌터카회사인 허츠(Hertz)의 파산 가능성에 일찌감치 ‘베팅’한 사모펀드(PEF)가 고수익을 기대할 수 있게 됐다. 허츠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렌터카 수요가 줄어들면서 파산보호신청을 검토하는 상황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미국 PEF 운용사인 아폴로 글로벌 매니지먼트가 허츠 채권의 신용부도스와프(CDS) 관련 상품에 투자한 결과 상당한 차익이 예상된다고 18일 보도했다. CDS는 계약자들 사이 특정 국가 또는 기업의 채무불이행(디폴트) 위험을 거래할 수 있는 상품이다. CDS의 매도자는 계약 대상 채권이 부실해지면 매수자에게 채권 원금을 ‘보험금’처럼 지급한다. 대신 매수자는 매년 CDS 프리미엄을 ‘보험료’처럼 매도자에게 지급한다. 매도자는 보통 보험사, 매수자는 주로 위험헤지 수요가 있는 채권 투자자지만 아폴로 글로벌 매니지먼트처럼 투자수익을 노리는 경우도 있다.

WSJ에 따르면 아폴로 글로벌 매니지먼트는 코로나19 전에 이미 허츠의 채무불이행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하고, 해당 투자 규모를 늘려놓았다. 코로나19 전에도 허츠는 우버, 리프트 등 차랑공유기업들과 치열하게 경쟁하며 실적이 악화된 상태였다. 그러다 코로나19의 직격탄을 맞으며 렌터카 이용 수요가 자취를 감추자, 허츠의 유동성은 빠르게 악화했다. 허츠 자체가 짊어지고 있는 부채는 37억달러, 자동차금융 자회사의 부채는 134억달러다. 허츠와 채권단은 구조조정 협상을 진행하고 있고, 파산보호신청 여부는 빠르면 오는 22일 결정날 예정이다.

아폴로 글로벌 매니지먼트가 얼마나 고수익을 올렸는지는 밝혀지지 않았지만, ‘베팅’에 성공했을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IHS마킷에 따르면 3개월 전만 해도 허츠의 1000만달러어치 채권에 붙은 CDS 프리미엄은 연간 23만3000달러 수준이었다. 허츠의 채무불이행이 발생할 경우 23만여달러의 투자로 1000만달러를 받을 수 있는 가능성을 기대하는 구조였다.

허츠의 채무불이행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CDS 프리미엄은 원금 수준에 근접할 정도로 급등했다. 지난 18일 기준으로는 1000만달러 채권 기준 840만달러까지 치솟았다. 3개월 만에 36배나 뛰면서 허츠의 채무불이행이 임박했음을 시사하고 있다.

이고운 기자 cca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