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 TSMC의 선택은 '中보다 美'…"화웨이와 거래 끊는다"
세계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1위 기업 대만 TSMC가 미국 정부 규제에 동조해 중국 통신장비업체 화웨이와의 거래를 끊기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은 TSMC가 화웨이로부터 반도체 신규 주문을 받는 것을 중단했다고 18일 보도했다. 지난해 화웨이 수요는 TSMC 전체 매출의 약 13~15%를 차지했다. 보도대로라면 화웨이가 큰 고객사임에도 불구, TSMC마저 사실상 미국 측에 서기로 한 셈이다.

미 당국 발표 이후 업계에선 미국의 제재 강화가 '화웨이와 TSMC 간 협력 고리 끊기'에 초점이 맞춘 것이란 분석이 나왔다.

지난해 5월부터 시작된 미 정부 제재로 퀄컴 등 미국 반도체 기업들로부터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 같은 핵심 반도체 부품을 구할 수 없는 화웨이는 자체 팹리스(반도체 설계) 자회사인 '하이실리콘'으로 부품을 수급해왔다. 설계 전문회사인 하이실리콘은 화웨이의 대부분 주문을 TSMC를 통해 제품을 생산해왔는데, 이번 미 당국의 규제로 이마저 막혀버린 것이다.

SMIC의 현 주력 제품은 40~60나노(nm·1나노는 10억분의 1m)급 칩이며 최대 14나노칩까지 생산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7나노 양산이 가능한 삼성전자, 5나노 공정까지 구현하는 TSMC와는 기술 격차가 크다. 화웨이 같은 제조업체들의 플래그십(전략) 개발 경쟁 과정에서 TSMC 등의 초미세 공정으로 만든 반도체 부품이 절대적으로 필요한 이유다.

미 상무부는 지난 15일 미 기술로 제작되는 반도체를 화웨이에 판매하려면 별도 승인을 받도록 규제를 강화했다. 다만 이번 금지 조치 이전에 주문받은 것과 생산 중에 있는 반도체 중 9월 중순 이전에 인도가 가능한 것은 예정대로 화웨이에 공급될 것으로 전해졌다.

TSMC는 지난 14일 120억달러를 투자해 미 애리조나주에 반도체 공장을 세우는 계획을 발표했다. 그러면서 미국의 수출 규정을 따를 방침이라고 강조했다. 화웨이는 TSMC 반도체를 공급받기 어려워질 것에 대비해 중국 업체 SMIC를 비롯 한국과 다른 대만 업체들도 물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TSMC는 구체적인 주문 내역 공개를 거부하며 보도 내용이 소문에 불과하다고 밝혔다.

노정동 한경닷컴 기자 dong2@hankyung.com
배성수 한경닷컴 기자 baeba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