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에서 기업 회생 절차에 들어간 항공사를 인수하려는 시도가 잇따르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세계 항공업계가 최소 2~3년간 최악의 침체에 빠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 와중이어서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주인공은 호주 2위 항공사 버진오스트레일리아다.

18일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최소 20개 기업, 지방정부, 사모펀드 등이 버진오스트레일리아 인수에 관심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버진오스트레일리아의 구조조정과 인수절차를 담당하는 딜로이트는 지난 주까지 8개 인수 제시안이 접수됐다고 했다. 이 가운데 유력 인수 후보 3곳을 추릴 전망이라고 회사 측을 밝혔다.

인도 항공사 인디고의 공동 창업자인 라훌 바티아는 정보기술(IT) 기업 인터글로브 엔터프라이즈를 통해 버진오스트레일리아 인수전에 뛰어들었다고 공개했다. 사모펀드인 베인캐피탈과 BGH캐피탈, 캐나다 자산운용사 브룩필드, 호주 퀸즐랜드 지방정부도 인수에 관심을 두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코로나19 사태 속에서도 버진오스트레일리아가 뜨거운 관심을 받는 이유는 호주 항공시장의 특성 때문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글로벌 항공 컨설팅업체 CAPA의 피터 하비슨 회장은 "호주 항공시장은 오아시스와 같다"며 "사실상 콴타스항공과 버진오스트레일리아가 지배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코로나19 사태가 빨리 해결만 된다면 아주 가치있는 시장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버진오스트레일리아는 지난달 호주 정부 등에 구제금융을 요청했다가 실패하고 재무 상태를 개선하기 위해 '자발적 관리'에 돌입했다. 자발적 관리란 호주의 기업 회생 절차 중 하나로 기업이 부채를 갚을 수 없다고 판단하면 이사회가 임명한 제3의 파산관리인이 회사 회생 방안을 강구해 추진하는 것이다.

버진 오스트레일리아는 최근 7년 연속 적자를 내는 등 경영난을 겪다가 코로나19 사태로 직격탄을 맞았다. 이미 직원 1만명 중 80%를 무급휴직 상태다. 영국의 억만장자로 유명한 기업가 리처드 브랜슨이 이끄는 버진그룹이 10%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박상용 기자 yourpenci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