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확산·국경단절 탓 경제난 설상가상
"내부비판 우려해 통치력 과시…미사일 발사도 대내용"


오랜 잠행을 깨고 공식 석상에 모습을 드러낸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국내 문제를 의식해 대내용 행보를 되풀이하고 있다는 분석이 제기됐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은 17일(현지시간) 한국 관료와 평양 전문가 등을 인용해 김 위원장이 비료 공장을 첫 행보로 택한 것은 외교 문제보다 국내 현안에 직면한 것이라고 보도했다.
WSJ "김정은 재등장 후 국내현안 우려해 대내행보 강화"
북한은 최대 지원국인 중국과의 무역을 포함한 국경이 단절되면서 어려움을 겪는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이후 더욱 고립됐으며, 미국과의 핵 협상도 타결되지 않으면서 각종 제재 해제 역시 이뤄지지 않고 있다.

북한은 최근 몇 달 간 권력 남용과 부패 등을 이유로 김 위원장의 개인 경호원뿐만 아니라 정보기관 수장 등 정치·군사 분야의 고위직에 대한 인사 교체를 단행했다.

김 위원장은 최근 수년간 문재인 대통령,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각각 3차례의 정상회담을 비롯해 시진핑 중국 국가 주석 평양 초청,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방문 등 외교 무대에서 활발한 움직임을 보였다.

김 위원장은 재정난에 빠진 북한 경제를 활성화하기 위해 원대한 포부를 밝히기도 했지만, 지난해 하노이 회담이 성과 없이 끝나면서 계획을 수정해야 하는 형편이다.

여기에 코로나19라는 새로운 악재가 등장한 것이다.

주요 자금줄인 해외 관광객 유치를 중단했고, 공식 행사와 학교 운영도 금지하고 마스크 착용을 의무화했다.

미국 워싱턴의 싱크 탱크인 퀸시 연구소의 제시카 리 박사는 "코로나19로 사망자가 대거 발생할 경우 김 위원장밖에 책임질 사람이 없다"며 "이번 사태를 통제하지 못할 경우 내부 비판에 취약해질 수 있다"고 말했다.

고위직에 대한 인사 역시 이같이 어려운 상황에서 북한 내 엘리트 세력에 자신이 건재하고 효과적으로 통치할 수 있다는 점을 보여주려는 목적이라고 WSJ가 전했다.

WSJ는 또 북한이 올해 5차례에 걸쳐 단거리 미사일을 발사한 것은 대외용이라기보다는 힘을 과시하기 위한 대내용이며, 김 위원장이 비료 공장에 나타난 것도 국내 민생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의지를 주민에게 보여주려는 것이라는 분석을 전했다.

존스홉킨스대에서 북한 보건 문제를 연구 중인 코트랜드 로빈슨 교수는 "이미 한계 상황에 놓인 북한 주민이 식량과 약품, 수입 부족 등으로 더욱 어려움을 겪고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한편 역사적으로 독재자들은 외부의 압력보다는 내부로부터 불만이 증폭될 때 권좌에서 물러났다고 WSJ가 전했다.
WSJ "김정은 재등장 후 국내현안 우려해 대내행보 강화"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