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 미국의 화웨이 제재에 대응해 애플과 보잉 등을 '신뢰할 수 없는 기업 리스트'에 올릴 것이라고 중국 관영 글로벌타임스가 15일 보도했다. 미 상무부는 이날 외국 기업이 미국산 장비를 활용해 생산한 반도체를 화웨이 등에 수출할 때 승인을 받아야 하도록 관련 규정을 개정한다고 발표했다.

글로벌타임스는 정부 관계자를 인용해 애플, 퀄컴, 씨스코 등 미국 정보기술(IT) 기업들에 대한 조사 및 규제, 보잉 항공기 구입 중단 등의 조치를 중국 정부가 준비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미국 상무부는 이날 성명을 통해 "미국의 특정 소프트웨어와 기술의 직접적 결과물인 반도체를 화웨이가 취득하는 것을 전략적으로 겨냥한 수출 규정 개정에 나섰다"고 발표했다. 미 정부는 화웨이의 통신장비가 국가 안보에 위협이 될 수 있다며 지난해 5월 화웨이를 블랙리스트에 올리고 미국 기업과의 거래를 제한했다.

글로벌타임스는 정부 관계자가 "미국이 대만 TSMC에 대한 압박을 비롯해 필수 반도체 공급을 막으려는 조치를 실행에 옮긴다면 중국은 자국의 법적 권리를 보호하기 위해 강력한 대응책을 내놓을 것"이라고 말했다고 전했다.

미국 기업을 '신뢰할 수 없는 기업' 리스트에 올리는 것이 대표적 대응책으로 제시됐다. 중국 안보법과 독점제한법 등에 따라 퀄컴, 씨스코, 애플 등의 기업을 조사할 수 있으며 보잉 항공기의 구입을 중단할 수도 있다는 설명이다. 이 기업들은 중국 의존도가 높다고 글로벌타임스는 지적했다. 올 1분기 애플 매출의 14.8%가 중국에서 나왔다.

가오링윈 중국사회과학원 연구원은 "대기업 뿐 아니라 중국과 거래하는 미국 중소기업들도 리스트에 올라갈 수 있으며, 이들은 대기업보다 더 큰 타격을 입게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강현우 기자 h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