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소매 판매가 두 달 연속 최악의 기록을 갈아치웠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가 본격화된 2분기가 대공황 이후 가장 깊은 침체기가 될 것이란 예상이 현실화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미국 상무부는 4월 소매 판매액이 총 4039억달러(약 497조원)로 지난 3월(4835억달러)보다 16.4% 감소했다고 15일 발표했다. 통계를 집계하기 시작한 1992년 이후 감소폭이 가장 크다. 4월 소매 판매의 전월 대비 감소율은 기존 최고 기록이었던 3월 8.3%의 두 배에 달한다. 시장 전문가들의 예상치는 12.3%였다.

소매 판매는 소비자가 구매한 상품 금액의 합계로, 국내총생산(GDP)의 70%가량이 민간 소비에서 발생하는 미국에서 특히 중요한 경제지표로 꼽힌다.

가장 타격이 컸던 부문은 의류업으로 4월 판매액이 전월 대비 78.8%나 줄어든 23억달러에 그쳤다. 전자제품(-60.6%)과 가구(-58.7%)도 감소폭이 컸다. 소매 분류 중에서 가장 규모가 큰 자동차는 4월 판매가 685억달러로 전월 대비 12.4% 빠졌다.

반면 온라인·통신 등 매장 외 판매는 783억달러로 8.4% 늘었다. 13개 분류 가운데 유일하게 증가세를 보였다. 식재료 판매는 전월 대비로는 13.1% 줄었으나 작년 4월 대비로는 13.2% 늘었다. 전국적 자택대피령이 내려진 탓에 집에서 음식을 해 먹는 비중이 높아졌기 때문이란 분석이다.

로이터통신은 지난달 소매 판매가 급감한 것이 2050만 개 일자리가 사라진 것에 이어 경기 장기 침체 가능성이 높다는 점을 보여주는 지표라고 진단했다. 제롬 파월 미 중앙은행(Fed) 의장은 지난 13일 “코로나19는 깊고 긴 침체를 남길 수 있으며 수년간 경제 생산성과 가계 및 기업의 수익에 지속적인 충격을 줄 수 있다”고 전망했다.

미국의 1분기 GDP는 4.8% 감소했다. 2분기 성장률은 -34%(골드만삭스)에서 -40%(JP모간)에 달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강현우 기자 h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