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대 반도체 파운드리(수탁생산)업체인 대만 TSMC가 미국에 5나노미터(㎚·1㎚=10억분의 1m) 최첨단 공정을 갖춘 반도체 공장을 짓는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반도체 자급 전략을 앞세워 미국 내 투자를 압박한 데 따른 것이다. 트럼프 행정부는 삼성전자에도 텍사스 오스틴의 파운드리 공장 확장을 요구 중인 것으로 알려져 주목된다.

TSMC는 15일 보도자료를 내고 120억달러(약 14조7000억원)를 투자해 미국 애리조나주에 5㎚ 공정 반도체 공장을 건설할 계획이라고 발표했다. 2021년 착공해 2024년부터 제품을 양산할 예정이다. TSMC는 “미국 정부 및 애리조나주와 강력한 동반자 관계를 맺게 돼 기쁘다”고 밝혔다.

TSMC는 애플 퀄컴 화웨이 등 주요 팹리스(반도체 설계업체)의 주문을 받아 반도체를 생산하는 파운드리회사다. 올 1분기 시장 점유율이 54.1%(트렌드포스 추정)로 업계 1위다.

트럼프 행정부는 핵심 부품인 반도체를 대만 한국 중국 등 아시아에 지나치게 의존하고 있다는 판단 아래 국가안보 차원에서 자급화를 추진해왔다. 최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아시아 공급망의 취약성이 불거지자 움직임을 가속화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14일(현지시간) 폭스비즈니스뉴스와의 인터뷰에서 반도체와 관련, “공급망이 아니라 (반도체 생산 공정) 전부를 미국에 둬야 한다”고 밝혔다.

트럼프 행정부는 작년 5월부터 중국 화웨이 등을 견제하기 위해 미국 기업들이 생산한 제품을 이들에 공급할 경우 수출승인을 받도록 하고 있다. 코로나19 사태가 터진 뒤엔 글로벌 반도체 업체들이 미국산 장비로 생산한 반도체를 화웨이에 수출할 경우 승인받도록 하는 방안까지 추진 중이다. 이렇게 되면 화웨이를 고객사로 둔 TSMC가 가장 곤란해진다. 뉴욕타임스는 TSMC의 투자는 미 행정부의 규제를 느슨하게 적용받는 것과 연계돼 있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삼성전자도 미국산 반도체 장비를 활용해 생산한 반도체를 중국 주요 기업에 공급하고 있다.

뉴욕=김현석 특파원 reali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