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를 둘러싼 미국과 중국간 책임론이 격화되는 상황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잇따라 중국 때리기에 나섰다. 위구르 인권 문제와 남중국해 영유권 카드를 연이어 꺼낸 것이다.

◆ '위구르 특별법' 통과시킨 미 상원
중국 신장위구르 자치구 재교육 수용소 모습 [사진=로이터 영상 캡처]
중국 신장위구르 자치구 재교육 수용소 모습 [사진=로이터 영상 캡처]
사우스 차이나 모닝 포스트(SCMP)는 15일 "미 상원이 14일(현지시간) 중국 북서부 신장위구르자치구의 이슬람 소수민족에 대한 인권유린 의혹과 관련, 중국 정부 관리들을 제재할 수 있게 하는 법안을 통과시켰다"고 보도했다.

마코 루비오 공화당 상원의원(플로리다)이 마련한 위구르인권정책법은 쟁점이 없는 법안 입법의 경우 표결없이 통과시키도록 한 상원의 규정에 따라 채택됐다. 법안은 공화당과 민주당을 포함한 상원의원의 약 3분의 2가 공동 발의자로 참여해 전폭적인 지지를 받았다.

법안 통과 후 루비오 상원의원은 트위터를 통해 민주당이 장악한 하원에 신속한 법안승인을 요청했다. 만약 하원이 법안을 승인하면 곧바로 이 내용이 백악관에 송부되며, 트럼프 대통령은 10일 이내에 승인하거나 거부권을 행사해야 한다.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하더라도 의회에서 3분의 2의 다수결로 뒤집을 수 있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할 가능성은 제로에 가깝다는 게 공통된 견해다.

◆ 남중국해 출격 빈도 늘어난 미 해군·공군
미 7함대의 남중국해 '항행의 자유' 작전 [미 7함대 홈페이지 캡처]
미 7함대의 남중국해 '항행의 자유' 작전 [미 7함대 홈페이지 캡처]
남중국해에서 벌어지고 있는 미국과 중국의 첨예한 대립도 현재진행형이다. 영유권 분쟁해역인 남중국해에서 양국이 군사 활동을 강화하면서 주변 해역의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다.

미국은 최근 남중국해에서 잇단 군사작전을 수행하며 중국을 군사적으로도 압박하고 있다. 미 언론 CNN은 "미국이 최근 몇주 사이 남중국해에 잇달아 함정을 파견하고 전략폭격기를 출격시키는 등 위력시위를 통해 중국에 '아주 공개적인 메시지'를 보내고 있다"고 14일 보도했다.

실제로 미 해군 이지스 구축함 배리(DDG-52)호가 지난달 28일 남중국해 파라셀 군도 인근 해역을, 이지스 순양함 벙커힐(CG-52)이 이튿날인 29일에는 스프래틀리 군도 인근 해역을 하루 간격으로 각각 통과했다.

미 B-1B 랜서 폭격기도 지난달 30일과 이달 1일 연속으로 남중국해 인근을 비행했으며, 미 공군은 최근 괌에 B-1B 랜서 폭격기 4대와 관련 병력 200여명을 배치했다. 인도·태평양 지역에 B-1B가 배치된 것은 2017년 이후 처음이다.

또 중국 본토와 대만 사이의 좁은 바다로 중국이 자국 '앞바다'로 간주하는 대만해협을 미 구축함 배리가 지난달 23일, 구축함 맥캠벨함(DDG-85)이 이달 13일 각각 통과하면서 중국의 반발을 사기도 했다.

남중국해에서의 이러한 미국의 군사적 압박은 중국이 코로나19 발병 초기에 정보를 투명하게 공개하지 않았다며 트럼프 대통령과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이 중국에 끊임없이 코로나19 확산 책임론을 제기하는 와중에 나온 것이다.

미 국방부 대변인은 "남중국해 주변국과 전 세계가 코로나19 대유행에 집중하고 있는 사이 중국이 남중국해에서의 불법적인 영유권을 주장하며 이웃 국가를 압박하는 기회주의적인 행동을 늘리는 것에 우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중국, 베트남, 필리핀, 말레이시아, 대만 등이 영유권 분쟁을 벌이고 있는 남중국해는 석유와 가스 등 풍부한 천연자원이 매장돼있을 뿐만 아니라 전 세계 해운 항로의 본거지 역할을 해 전략적으로 중요한 지역으로 꼽힌다.

미국은 대만 문제와 관련해서도 중국을 자극하고 있다. 지난 8일 미 의회는 대만을 옵서버(observer·참관국) 자격으로 세계보건기구(WHO)에 가입시키는 방안을 만장일치로 통과 시키고, 지지를 호소하는 공동 명의 서한을 한국을 포함한 55국 지도자들에게 보냈다. 대만은 WHO 옵서버였다가 중국이 압력을 행사한 탓에 2016년 그 지위를 잃었다.

세계 최대 반도체 위탁생산업체인 대만 TSMC가 미국에 15조원 규모의 공장을 건설키로 하는 등 미국과 대만간의 긴밀한 경제 관계도 중국을 불편하게 만들고 있다.


◆ 트럼프 때리기에 나선 중국 언론
2018 한국국제아트페어(KIAF)에 전시된 트럼프와 시진핑 예술작품 2018. 10.4 [사진=연합뉴스]
2018 한국국제아트페어(KIAF)에 전시된 트럼프와 시진핑 예술작품 2018. 10.4 [사진=연합뉴스]
미국이 연이어 중국의 심기를 건드리는 행보를 보이자 중국 언론도 트럼프 대통령을 비난하고 나섰다. 15일 중국 관영 언론 환추스바오는 사설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폭스비즈니스와의 인터뷰에서 중국과의 관계 전면 중단을 경고했다"며 "그는 중국과의 관계를 전면 중단하겠다고 선언한 첫 미국 대통령"이라고 알렸다.

신문은 "미국에서 보통 가장 급진적인 발언은 의회에서 나오는데 트럼트 대통령의 이런 발언은 미국 정치인의 매파 발언 가운데서도 선두를 달린다"고 주장했다.

이어 "이런 미친 발언은 중국의 '굴기'에 대한 미국의 장기적인 우려를 반영하고, 코로나19 대응 과정에서 미중간 큰 차이에 대해 미국 엘리트들이 시기와 공포를 견디지 못하고 있음을 보여준다"면서 "아울러 미국 대선을 앞둔 직접적인 반응"이라고 분석했다.

신문은 또 "트럼프 행정부의 코로나19 대응은 상식에 어긋날 정도도 부진했다"면서 "이에 따라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에 책임 떠넘기려고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지적했다.

코로나19 책임이 중국에 있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비난으로, 그렇지 않아도 악화된 미·중 관계가 위구르 특별법과 남중국해 갈등 증폭으로 인해 더욱 최악으로 치달을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강경주 한경닷컴 기자 qurasoha@hankyung.com